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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rick JUNG Sep 02. 2019

해외출장에서 만나는 색다른 음식

 상사맨이라면 물바퀴벌레, 애벌레찜도 맛있게~

        비즈니스 미팅과 협상 후에 거래선과 식사 및 술자리는 친교를 다지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서로 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기(氣)싸움이 미묘하게 벌어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특히 새로이 비즈니스 관계를 셋업 하는 과정에 있거나 막 거래를 시작한 상대방과의 식사 및 술자리는 이 기싸움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유치한 것 같지만 이는 거래 초기에 상대방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우월한 포지션을 미리 선점하여 취하고자 하는 잠재의식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신경전은 서구 국가의 거래선들 보다는 아시아 국가들의 협상에서 이러한 일들이 좀더 많이 발생을 한다. 전형적인 기싸움 방법은 술자리에서 해외 출장으로 피곤한 상대방 게스트에게 과한 술을 권해서 몸을 못 가눌 정도의 실수를 하게 하거나 상대 국가에서는 접하기 힘든 특이한 음식을 권하여 상대방이 곤란해하는 모습을 보이게 하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 온 상대방에게 하기에는 짓궂고 매너에 어긋나는 행동 이기는 하나 실제로 해외 영업현장에서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일들이다.  어찌 보면 교묘하게 상대방에게 비(非)매너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를 당한 사람이 오히려 비즈니스 매너를 지키지 못한 것처럼 미안함을 느끼게 되는 일이 되는 것이다.  실수를 너그러이 품어주는 행동을 함으로써 상대방에게 미안하고 신세진 듯한 감정을 은연중에 남기게 하여 실제 비즈니스 관계가 진행될 때에 깐깐하게 업무를 진행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협상의 방법’ 이기도 하다


        그날의 저녁 식사도 마찬가지였다.  홍콩 공급선 첫 인사 미팅에서 기존 담당자들과 우리 회사에 대한 불만을 쏟아 부었던 여사장과의 첫 저녁 식사였다.  인사 첫 미팅에서 뜻밖의 불만을 들었기에 나 역시 내심 심기가 편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앞으로 내가 담당할 중요한 공급선이었기에 첫 저녁식사자리는 나의 인상을 심어주는 중요한 자리였던 것이다.


        그녀에게도 첫 대면인 나를 위해 전통 중국 레스토랑으로 나를 초대했다.  여사장은 오후 미팅때의 무례하고 격정적인 모습과는 전혀 다른 상냥한 모습이었다. 공급선에선 여사장을 포함 미팅때는 참석을 하지 않았던 회장 그리고 담당 메니져와 직원 등 4명이 우리측인 나와 홍콩 현지 직원 2명을 상대했다.  중국계 업체들은 회장이나 사장이 술을 정말 좋아하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경우에는 술상무 혹은 담당 메니져들이 거래선들과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다.  홍콩 업체들은 중국 업체들과 달리 술상무를 별도로 두지는 않고 담당자들이 이러한 역할도 하게된다.  홈그라운드의 잇점을 살려 그들은 인해전술로 공격을 하는 반면 나는 단독 출장을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모든 것을 혼자 감당을 해야 했다.  


        오후의 미팅과는 달리 서로에 대한 자세한 소개와 여러가지 가십거리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화기애애하게 진행을 하였다.  그러나 나는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그들이 나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공급선의 메니져와 직원은 끊임없이 나에게 술을 권하였고 거기에 내가 어떻게 대응을 하는 지 등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이러한 자리를 슬기롭고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대화 주제와 위트, 유머가 필수이다.

 

        흥겹게 식사가 이어지고 있을 때 이번엔 여사장의 공격이 들어왔다. 중국 음식의 다양성을 이야기하며 만일 내가 못 먹겠으면 이야기를 하라고 하는 자상함을 보이며 특별한 음식을 소개하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어렸을 적에는 정말 가리는 음식, 못 먹는 음식도 많은 입이 짧은 아이였다.  하지만 상사맨으로 전세계를 다니는 글로벌전사가 된 후에는 어떠한 것도 마다하거나 회피를 하지 않았다.  나는 호쾌하게 어떤 것이든지 문제없다 라고 대답을 했다.


     그러자 그녀는 몇 가지 특별식을 주문했다. 그것은 바로 물바퀴벌레 찜, 벌 튀김, 그리고 이름도 모를 아주 ‘통통한’ 애벌래찜 이였다.  특히 애벌래찜은 당시에 TV에서 유행하던 극지탐험 프로그램에서나 보던 아주 통통한 애벌레가 잔뜩 들어간 계란찜 같은 요리였다.  여사장은 이 음식이 아주 건강에 좋은 것이라면서 자기가 먼저 숟가락으로 크게 애벌래찜을 떠가서 맛나게 먹으며 나를 쳐다보며 어서 먹어보라는 표정을 지었다.

        

    내 머리속에선 TV 프로그램에서 본 애벌래 먹는 모습이 계속 떠올랐지만 오기가 발동한 나는 이런 걸로 질 수는 없었다.  호기 좋게 보란듯이 더 크게 숟가락 한가득 음식을 퍼서 입속에 털어 넣었다. 아직도 당시에 숟가락 끝에 전해지던 찐 애벌래가 터지면서 느껴지던 ‘우드득’하던 감촉과 입속에서 ‘톡톡’ 터지던 애벌래 기억이 난다.  이렇게 그날의 신고식 겸 기싸움은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re:Global(다시, 글로벌)' 저자 정해평 




     해외 거래선과의 관계에선 유치한 것 같지만 이러한 기(氣)싸움을 통해 비즈니스 협상과 관계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심적 우위를 차지하려는 노력들이 심심찮게 펼쳐지기도 한다.   나 역시 거래선이 한국 방문하면  전통 삼합집에 데리고 가서 푹 삭힌 홍어회와 막걸리를 우리의 접대 매너에 따라서 융숭히 대접을 해주는  나만의 방법으로 재미와 추억을 선사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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