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디 포크너 에픽 시스템즈 창업자는 건강진료기록을 데이터화해서 사업으로 만들었다. 수학을 전공하고 컴퓨터 프로그램을 배우던 학창 시절에 건강진료 데이터 시스템 구축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결국 평생 사업으로 연결되었다. 소아과 의사인 남편의 경험도 계기가 되었다. 긴급 이송되어온 소녀 환자의 진료 기록이 없어 목숨을 구하지 못한 경험이다. 병원의 진료기록을 데이터화한 것을 EMR이라고 한다. 전자의무기록(Electronic Medical Record)의 약자다. 의료 분야가 디지털화되면서 요즈음 부각되고 있는 분야다.
오바마 정부 시절 의료 시스템의 투명화, 효율화를 위해 디지털화를 적극 추진했다. 프로젝트 이름이 MU(Meaningful Use)였다. 주디 포크너의 의료 데이터 구축 작업과 맞물려 비즈니스는 급성장했다.세계 디지털 헬스 시장은 2천억 불 규모로 반도체 시장의 절반에 해당된다. 그중 절반은 빅데이터가 차지한다. 세계적으로 약 2만 개의 병원이 진료 데이터를 시스템에 의해 축적하고 있다. 환자 1인당 생산되는 데이터가 8만 개를 넘는다.
미국 EMR 시장 1위
에픽은 미국 EMR(혹은 EHR이라고도 한다) 시장에서 점유율 27%로 1위다. 2위는 25%를 기록하는 Cerner이다. 미국인 2억 5천만 명의 진료 기록이 에픽의 시스템에 등록되어 있다. 20대 미국 병원이 에픽 고객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의료시장에 진출을 하고 있어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근 의료 데이터 개방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보 개방 정책 (호환 촉진법, Interoperabiltiy Rule)을 두고 이들 신규 기업들과 에픽 간에 갈등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 빅테크와 2위 기업 Cerner는 정보 호환과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에픽과 연대한 병원들 그룹은 원칙적으로 개방은 찬성하되 호환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제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미국 병원의 EMR 구축 비율은 90%가 넘는다. 한국도 그 정도 수준이지만 보험 청구 시스템으로 많이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디지털 헬스 사업의 핵심은 정밀 의료, 맞춤형 케어다. 진료기록, 개인의 건강관리 정보는 그래서 중요하다.
인디나아 존스 캠퍼스
주디 포크너는 미국의 자수성가 여성 부호 3위에 오를 정도로 부자다. 하지만 검소한 기업인으로 알려진다. 어릴 적 살던 집에서 그대로 살고, 자동차도 15년 동안 두 번 바꿀 정도다. 하지만 직원들의 복지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하다. 본사가 있는 위스콘신 주 메디슨 시의 건물은 인디아나 존스 영화를 배경으로 설계되었고, 베로나 시의 새 건물은 해리 포터의 판타지랜드 배경으로 설계되었다. 직원들의 근무 피로감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28개의 새 캠퍼스 빌딩에는 직원 모두 개별 사무실이 제공된다. 연봉도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고액 연봉 톱 10위 중 5위를 기록한 바 있다. 특별한 것은 직원들의 해외여행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5년에 한 번씩 여행경비를 지원하고 새로운 지역을 가는 경우에는 동반자 1명에 대한 지원도 해준다. 주디 포크너는 2015년 미국의 기부단체 Giving Pledge를 통해 보유주식 99%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신청했다. “어린이들의 꿈을 물어본 적이 있는데 음식과 돈이라는 답변이 많았다. 나는 그들이 필요한 것이 뿌리와 날개라고 생각한다.”라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미국 EMR의 여왕 주디 포크너는 미래 투자가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