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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Dec 20. 2022

목표가 없으니 잡바람에 나부낀다

공중파 예능피디가 되고 싶어 눈이 돌았던 여중생의 현재

고등학교 입학 전, 공부를 참 못하던 여중생은 공중파 예능 피디가 되고 싶었다.

그러려면 소위 말하는 SKY(서울대, 연대 , 고대) 중에 하나를 가야 한다고 했다. 


팩트체크를 할 겨를도 없이, 

피디만 될 수 있다면 'SKY'는 무조건 가야겠다고 맹목적으로 다짐했다.


눈이 돌만한 '정확한 목표'가 생기니 보이는 게 없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새벽 2시까지 독서실에서 공부를 했다. 크리스마스, 월드컵 때도 단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날엔 텅 빈 독서실에서 혼자 새벽까지 불을 밝히며 목표를 향해 흐트러짐 없이 나아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묘한 쾌감마저 들었다. 


그 결과 태어나서 단 한순간도 상위권이나 모범생이었던 적이 없었지만, 성적은 전교권으로 수직 상승했다. 

그리고 SKY 중에 하나인 'K'에 갔고, 지상파 예능 피디가 되었다. 


그리고 목표를 달성한 지 10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


현재 나는 목표가 없다.

정확히 말하면 구체적인 목표가 없다.


헬스 트레이너도 단순히 건강한 몸과 정신을 갖겠다는 류의 포괄적인 목표 말고, 몇 월까지 몇 키로가 되겠다는 걸 정하라고 했는데, 이상하게 그게 잘 안된다.


일도 마찬가지다. 

올해 <주접이 풍년>으로 입봉을 했고, <2022 ABU song festival> 촬영을 위해 11월에 인도에 강다니엘과 다녀왔고, <KBS 설 대기획 송골매 콘서트-40년 만의 비행> 녹화를 마치고 내년  방송을 준비 중이다. 


나름 1년을 한심하게 보내진 않았는데, 여전히 주변의 잡바람에도 부대끼고 있다.

진짜 간절한 내 목표가 없기 때문이다. 


이건 이상하게 누가 강요하고 조언한다고 생겨나질 않는다. 

스스로 처절하게 깨달아야 한다. 


그런 전환점이 올해는 없었는데, 크고 작은 불합리들을 겪으면서 조금은 목표들이 세팅이 되어가는 것 같다. 


진짜 나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언제였나. 

늘 남들이 듣기 거슬리지 않을 적당한 소리를 하며 살아왔던 삶.


그렇게 사는 것이 인정받는 것이고 보람이라고 생각했으나, 

지금은 완전히 틀렸다는 걸 깨달아가고 있다. 


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목표를 세팅하는 것이 천금보다 귀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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