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파 예능피디가 되고 싶어 눈이 돌았던 여중생의 현재
고등학교 입학 전, 공부를 참 못하던 여중생은 공중파 예능 피디가 되고 싶었다.
그러려면 소위 말하는 SKY(서울대, 연대 , 고대) 중에 하나를 가야 한다고 했다.
팩트체크를 할 겨를도 없이,
피디만 될 수 있다면 'SKY'는 무조건 가야겠다고 맹목적으로 다짐했다.
눈이 돌만한 '정확한 목표'가 생기니 보이는 게 없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새벽 2시까지 독서실에서 공부를 했다. 크리스마스, 월드컵 때도 단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날엔 텅 빈 독서실에서 혼자 새벽까지 불을 밝히며 목표를 향해 흐트러짐 없이 나아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묘한 쾌감마저 들었다.
그 결과 태어나서 단 한순간도 상위권이나 모범생이었던 적이 없었지만, 성적은 전교권으로 수직 상승했다.
그리고 SKY 중에 하나인 'K'에 갔고, 지상파 예능 피디가 되었다.
그리고 목표를 달성한 지 10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
현재 나는 목표가 없다.
정확히 말하면 구체적인 목표가 없다.
헬스 트레이너도 단순히 건강한 몸과 정신을 갖겠다는 류의 포괄적인 목표 말고, 몇 월까지 몇 키로가 되겠다는 걸 정하라고 했는데, 이상하게 그게 잘 안된다.
일도 마찬가지다.
올해 <주접이 풍년>으로 입봉을 했고, <2022 ABU song festival> 촬영을 위해 11월에 인도에 강다니엘과 다녀왔고, <KBS 설 대기획 송골매 콘서트-40년 만의 비행> 녹화를 마치고 내년 방송을 준비 중이다.
나름 1년을 한심하게 보내진 않았는데, 여전히 주변의 잡바람에도 부대끼고 있다.
진짜 간절한 내 목표가 없기 때문이다.
이건 이상하게 누가 강요하고 조언한다고 생겨나질 않는다.
스스로 처절하게 깨달아야 한다.
그런 전환점이 올해는 없었는데, 크고 작은 불합리들을 겪으면서 조금은 목표들이 세팅이 되어가는 것 같다.
진짜 나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언제였나.
늘 남들이 듣기 거슬리지 않을 적당한 소리를 하며 살아왔던 삶.
그렇게 사는 것이 인정받는 것이고 보람이라고 생각했으나,
지금은 완전히 틀렸다는 걸 깨달아가고 있다.
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목표를 세팅하는 것이 천금보다 귀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