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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Sep 05. 2022

회사에서 먼저 인사하고 난 후기 "컵라면 저기 있어요"

회사에선 누가 먼저 인사해야 할까? 2탄

새로 옮긴 부서의 옆 자리 선배와 서로 인사 없이 지내다 내가 먼저 인사한 얘기를 글로 쓴 적이 있다. (아래 글 참고)

회사에선 누가 먼저 인사해야 할까? (brunch.co.kr)


그렇게 첫인사를 뚫은 지(?) 일주일이 지났다. 초반 며칠은 탈 투명인간 생활이 어색하셨는지 내가 출근해서 "선배님, 안녕하세요~"를 시전 할 때마다, 뭔가 귀신 본 듯이 흠칫 놀라시거나 급 일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셨다. 이렇게 일상의 사소한 변화가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거구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눈빛이나 표정으로는 나의 인사를 반기는 걸 느낄 수 있었기에, 전에 말씀하셨던 "제가 수줍음이 많아서 그러니 이해해주세요."라는 얘기를 되새기며 지냈다.


그렇게 인사를 시작하고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아무도 사무실에 없을 때  선배님께서 두 번째로 나에게 먼저 말을 거셨다. 그날은 하필 내가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 늦게 출근한 터라 뭔가 혼자 눈치를 보는 중이었다.


"저기..."

"네 선배님!" 

"다른 게 아니고 쩌어기... 캐비닛 보면 컵라면이나 비상식량 같은 거 있으니 배고플 때 편하게 먹으면 돼요."


??!!!


"엇 아 네네. 감사합니다."


내가 점심을 못 먹고 출근했다고 생각하셨나 보다. 그리고 한 마디 더 덧붙이셨다.

"부서비로 다 같이 먹으려고 산 거니까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먹어도 돼요. 저기 뜨거운 물도 있으니까요..."

"아아 네, 감사합니다...!"


혹여라도 내가 부담 갖지 않고 얼마든지 꺼내 먹을 수 있도록 '부서비'까지 얘기해주시며, 너도 먹을 권한이 있다고 짚어주시는 배려에 더 감사했다. 눈길을 주고받는 것조차 어색했던 사이인데 먼저 이렇게 말씀을 해주시다니. 용기라고 말할 것도 없을 만큼 사소한 일인 '인사'. 그 인사를 먼저 건넨 사람이 받는 혜택치고는 꽤 크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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