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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Jun 08. 2023

직접 겪은 MZ세대 퇴사공식=차단

방송을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스태프 군을 꼽자면 '피디-작가-FD'다. 

이 중 최근에 무려 직원 3명이 거의 당일 날 도주성(?) 퇴사를 했다.


'도주'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인수인계 중에 혹은 하루를 채 넘기지 못하고 퇴사를 알려왔기 때문이다.

사유는 건강, 집안 문제, 사유 없이 잠수 등으로 다양했다. 


나도 20대 때 스펙 쌓기에 치중했기 때문에 입사만큼 퇴사도 잦았다. EBS 라디오 AD로 일하면서 SM 엔터테인먼트로의 이직 준비를 했고, 합격하자마자 옮기고, 또 옮기고. 이런 행위를 반복했고 다행히 선임과 평소 이직과 최종 목표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한 터라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응원을 받으며 떠날 수 있었다.


물론 저들이 그랬듯 '첫날부터 여긴 좀 아닌데...' 하는 직감에 겨우 몇 주를 꾸역꾸역 버티다 상사에게 실망감을 잔뜩 주고 떠난 적도 많다.




그런데 최근 겪은 20대, 굳이 나누자면 MZ 세대 퇴사자들의 공통된 특징이 있었다.

바로 통보 직후 모든 관계자의 연락처를 차단했다는 점이다.


저는 이로서 서울 생활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잘해주셨는데 갑작스레 떠나서 죄송하고... (이하 생략)

그런 메시지만 남기고 자초지종을 들으려고 전화를 걸면 너나 할 것 없이 차단당한 뒤였다.

이로서 누군가 나를 차단하면 신호가 한 번 정도 걸리고 뚝 끊기는 것이구나라는 그닥 유쾌하지 않은 생애 최초의 깨달음을 얻게 됐다.


사실 막내 연차의 작가나 FD는 나와 크게 접점이 없음에도 굳이 메인피디인 나까지 찾아서 차단을 했다는 점이 처음엔 의아했고, 나중에는 퇴사를 결심하고 알리는 와중에 연락망 속 인물 모두를 찾아 하나하나 차단하는 수고로움을 견뎠을 생각을 하니 짠한 마음도 들었다. 


그리고 퇴사는 많이 해봤지만, 차단까지는 해본 적이 없어서 그 심리를 정확히는 이해를 못하겠다. 다만 추측하자면, 퇴사 사유를 꼬치꼬치 물을 것이 두렵고 귀찮아서였을 것 같다. 다만, 방송 업무라는 게 넓은 것 같지만 굉장히 좁고 소문이 빨라서 길게 봤을 땐 유리한 것이 없을 텐데 안타깝기도 하다.


그냥 단순 퇴사는 쉽게 휘발될 기억일 수 있어도 누군가 나를 차단하고 도주했다는 임팩트는 모두의 뇌리 속에서 지워지기 꽤 어렵지 않을까. 


아니다. 이 세 명의 퇴사자가 똑같은 패턴을 보인 것처럼, 향후 있을 다수의 퇴사자도 이렇게 비슷한 패턴을 보이면 또 혼재되어 잊힐 수도 있겠구나 싶다.




누군가에게 부정적인 뉴스를 전한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도망'또한 용기를 요하는 일이다. 그들을 싸잡아서 비난하거나 비하할 수 없는 이유다. 


다만, 어렵게 용기를 낸 만큼 다른 곳에서는 마음이 조마조마하거나 불행할 일이 크게 없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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