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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Aug 19. 2023

거의 20년 만의 독서 손민수 후기

스트레이키즈 현진 추천, 최진영_『구의 증명』

고등학교 때 김동률을 참 좋아했다. 물론 지금도 팬이지만, 그땐 더 특별히 좋아했다.

컬러링도 <기억의 습작>이었고, 공부를 그렇게 집착적으로 하면서도 김동률의 라디오는 꼭 챙겨 들었다.


그때는 손민수(*손민수는 네이버 인기 웹툰 '치즈 인 더 트랩'(치인트)에서 주인공 홍설의 대학교 동기 '손민수' 캐릭터의 행위를 빗댄 신조어다.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고, 따라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해당 웹툰에서 손민수 캐릭터는 모두의 사랑을 받는 홍설을 질투하며 그의 패션, 말투 등을 도플갱어처럼 따라 해 주변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는다.)라는 말조차 없었는데 팬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김동률이 하는 걸 따라 해보고 싶었다.


당시 싸이월드에 김동률이 종종 사진과 함께 올렸던 북리뷰.

그걸 따라 하다 보니 대학교 1학년 때 거의 1,000권 정도 책을 읽고 리뷰를 올리곤 했다.


그때 김동률이 올렸던 북리뷰 중 하나가 요시다슈이치 책이었는데 나도 따라 읽다가, 오히려 더 팬이 되어버렸다. 피디 지망생시절에 내한한 적이 있는데 사인회도 가서 “피디가 꼭 되길 바랍니다.”라는 메시지의 사인도 받았다.


암튼, 뭐든 꽂히면 끝을 보는 이상한 성격과 김동률 님 덕에(?) 독서광의 면모가 더 짙어졌다.

그래서 변덕쟁이인 내가 지금까지 이어가는 단일 취미는 독서다.


그리고 현재 기준 내가 참 좋아하는 스트레이 키즈의 멤버인 현진이 예~전 자컨(*자체컨텐츠)에서 책을 읽는 장면이 나왔는데,

유일한 관심사가 책인 데다가 좋아하는 그룹의 멤버가 읽는 책이라니! 안 읽을 수 없었는데, 이번에 읽게 되었다. 이름하야 독서 손민수다.

최진영 작가의 <구의 증명>이라는 책이다.

이 작가의 책은 처음인데, 아마 오랜만에 대학교 때 그랬듯 해당 작가의 모든 책을 보게 되는 일을 벌일 것 같다.


요시다 슈이치, 은희경도 김동률을 통해 입문하고 내가 더 빠져서 출간한 책을 포함한 모든 글들을 이 잡듯이 찾아서 봤었다.

최진영 작가는 짧은 소설인 <구의 증명>을 본 게 전부지만, 작가의 엄청난 표현력이 마음이 많이 남았다.


몸은 고되고 앞날은 곤죽 같아도, 마음 한구석에 영영 변질되지 않을 따뜻한 밥 한 덩이를 품은 느낌이었다. p.77


나의 미래는 오래전에 개봉한 맥주였다. 향과 알코올과 탄산이 다 날아간 미적지근한 그 병에 뚜껑만 다시 닫아놓고서 남에게나 나에게나 새것이라고 우겨대는 것 같았다. p.94


요시다슈이치도 재채기 소리를 “햅슝”이라고 표현했던 부분에서 쉽게 말해 ‘입덕’이란 걸 했던 것 같은데,

최근엔 몰입해서 완독 한 책이 드물었는데, 책 끝을 접어둘 정도로 저 문장들이 마음에 남아서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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