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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Nov 30. 2023

강다니엘 팬이 되찾아준 도난 싸인씨디

소중한 일상을 되찾아준 다니티 고맙습니다.

지난 주말 브런치를 통해 강다니엘 팬이라는 분에게 메일이 왔다. 메일을 요약하면 강다니엘이 나에게 메시지와 함께 선물해 준 싸인 씨디가 번개장터라는 곳에서 15만 원에 팔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너무 고마워서 글까지 썼던 적이 있는 씨디였다.

소중하게 갖고 있던 씨디

11화 강다니엘이 콘서트에서 살림남을 언급해 주다니...! (brunch.co.kr)


황당했다.

내가 올렸던 사진을 몰래 올려서 있지도 않은 씨디를 허위매물로 팔고 있다는 확신이 들어 그 팬에게 피해자가 없도록 재빠른 신고를 부탁했다.

오해를 받은 게 속상했지만, 그렇게 끝나는 줄 알았다.


왜냐하면,

-그 씨디는 항상 내 개인 편집실에 있었고,

-심지어 금요일까지도 있는 걸 보고 퇴근했고,

-심지어 씨디 자체는 남편 차에 꽂혀 있기까지 했다. (아이가 매일 플레이 함)

-즉, 내용물인 씨디조차 없는 정말 나의 개인적인 물품이었기 때문이다.




월요일에 출근해서 바로 편집실로 출근했다.

뭔가 공기가 다른 느낌을 애써 부정하며 씨디가 놓인 자리를 뒤져봤다.


없었다. 강다니엘 씨디가 없었다.

손이 떨렸다.

당연히 허위매물이라고 생각해 번개장터라는 곳에 들어가 보지도 않고 피해자만 없길 바랐는데 단단히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존재도 모른 채 살던 번개장터에 처음으로 가입하고 접속했다.

정말 있었다. 내 이름까지 적힌 씨디가 12만 원에 올라와있었다.


당장 씨디를 되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바로 판매자에게 채팅을 보냈다,


"도난 씨디이며 반환하지 않으면, KBS 내부 CCTV를 확인해 정식 신고절차를 밟겠다고."

의외로 답은 바로 왔다.


처음엔 지인의 실수라는 핑계를 대더니, 반환을 요구한 내 번호로 장문의 문자가 도착했다. 심지어 범인은 KBS를 드나드는 외부 프리랜서 편집자였다. 문자로 자기소개 아닌 자기소개와 기나긴 반성문을 보내더니,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도둑처럼 내 편집실에 싸인씨디를 두고 갔다.


되돌아온 씨디를 보자마자 안도감과 허망함이 들었다.


이 씨디를 영영 못 찾는 줄 알았는데, 일상처럼 늘 곁에 있었던 보라색 씨디와 거기 적힌 내 이름을 보니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곁에 두고 편집하면 동기부여도 되고 기운도 나서 내가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내 이 씨디를 두었을 뿐인데,

그것이 범죄의 씨앗이 되고 선의의 팬들에게 상처를 줄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인생을 살만큼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절도범을 내 손으로 잡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절도범을 잡은 것보다

나에게 엄청난 고민 끝에 다니엘의 예쁜 마음이 15만 원에 거래되는 게 마음 아파서 고민 끝에 메일을 보냈다던 강다니엘의 팬 다니티.


중요한 사실을 나에게 알려주면서도 혹시라도 불쾌하게 했다면 정말 죄송하다고 연신 사과하던 팬.

 

그분이 아니었다면 나는 소중한 씨디를 되찾을 수도 없을 것이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저런 소름 끼치는 공간에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사람의 마음을 내다 판 비정한 피디가 됐을 것이다.


이 사실도 모른 채 또 강다니엘이라는 아티스트와 방송 일정을 진행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이 모든 것을 막아준 건 용기를 내준 강다니엘 팬의 메일 한 통이다.


공개적으로 기록을 남기며 이런저런 회환이 들 때도 많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예나 지금이나 팬들의 피드백을 직접 받아보는 것이 개인적으로 일에 대한 직접적인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기에 멈추지 않았는데 다행이다 싶었다.


감사 인사를 어디에 남길지 모르는 순간에도 이렇게 글을 쓰면 전해질 거라고 믿어본다.


강다니엘의 팬 다니티 감사합니다.

May the Force be with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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