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이 대체 왜 이러냐"는 글과 "우리 남편은 대체 왜 이러냐, 간절히 시댁으로 반품하고 싶다"는 글은 연중무휴, 시즌&비시즌을 가리지 않고 늘 맘 카페 주요 소재 TOP을 겨룬다. 추석에는 더 극심하다.
그중에, 정말 순수한 궁금증으로부터 비롯된 글이 올라왔다.
"시어머니가 아무도 원하지 않고, 심지어 도와드리지도 않는데 제사를 못 놓으시는 이유가 뭘까요?"
1번. 제사 음식 만들기가 정말 재밌어서
2번. 특정 조상을 너무 사랑해서(실제로 시아버님과 사이가 좋으셨다고.)
답글 중에 가장 호응이 좋았고 나도 공감이 갔던 것은, '제사=당신의 존재의 이유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제사상을 차리는 것이 나의 존재감을 스스로 입증하며 자존감은 물론 자아 성취감까지 고취시킨다면 빠져들지 않을 자가 있을까. 이 대목만 보면 제사 마니아가 충분히 될만하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좋아 죽겠는(?) 그 일을 노관심, 안물 안궁인 자녀 세대, 특히 며느리한테까지 (강)권하면서 일어나는 것이다.
한 편으론 서글프기도 하다. 나의 존재감을 홍동백서를 준수하며 가짓수 배틀하듯 며칠간 만들어내는 음식에서 찾는다는 것이 말이다. 심지어 몸을 고되게 하는 일들에 연로하신 분들이 격정적으로 매달린다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 물론, 내가 제사 마니아 시어머니를 안 모셔봐서 하는 얘기인 건 맞다.
이런 맥락에서 시어머니가 인생 최초로 올 추석 송편을 직접 만드는 걸 생략하셨다는 얘기가 반가웠다. 시어머니는 늘 직접 쌀가루를 방앗간에서 빻아와 반죽을 치대 송편을 만들어오셨다. 그것만으로 힘드신데, 내가 임신했을 때 밤송편을 먹고 싶다고 한 이후로 매년 수제 떡 메뉴에 그것까지 추가되어 정말 고되셨을 것이다. 정말 이제 떡을 안 좋아한다고 해도, 늘 밤송편을 따로 빚어서 '은지'라는 쪽지를 넣어서 챙겨주셨었다.
그랬던 시어머니가 올 해는 '하기 싫어서' 안 했다는 말을 뭔가 수줍은 고백을 하듯이 하셨다. 나는 정말 잘하셨다고 떡 만드는 건 너무 힘든 일이라고 엄청 치켜세워드렸다. 우리 시부모님만 해도 배달을 전혀 모르고 살아오신 분이시다. 그래서 특히 올여름에 장어구이나 민어회를 비롯한 간식거리를 종종 보내드렸는데 맛있게 잘 드셨다고 여러 번 얘기하신다. 어머니도 이런 편리함을 누리고 사셨으면 좋겠다. 사실 그 엄청난 희생에 충분한 보답이 어떤 식으로든 어렵기 때문이다. 부엌에 계신 시간보다 같이 앉아서 얘기하는 시간을 더 늘려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