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핏 시작한 지 1년 반.
보통 크로스핏을 한다고 하면 '운동을 되게 잘하는 줄' 안다.
그런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겸손의 의미가 1도 없이 나는 정말 아니다.
태초(?)부터 운동을 잘했던 역사가 없다.
달리기 전에 신호탄을 쏘기 전에 내가 먼저 기절한 것처럼 긴장했고, (지금 생각하면 어차피 잘 못하는데 왜 그렇게까지 긴장했을까 싶다.) 턱걸이는 당연히 0개에 구기 종목도 정말 싫어했다. 체육이 없어지길 바라는 1인 중 한 명이었달까...
당연히 뭔가 운동계의 최종 보스처럼 느껴지는 크로스핏을 시작하기 전에 나도 1년 이상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미루고 미뤄온 장본인 중 한 명이다.
괜히 자신 없고 무서우니까, 크로스핏 하려면 체력을 '키워서' 가야 한다는 이상한 변명으로 박스에 입장하는 기간을 유예시켰다. 그리고 그동안 값비싼 개인 PT를 하며 체형 변화는 거의 없이 트레이너와 근황 토크쇼를 이어가며 현상 유지만 하며 지냈다.
물론 운동감 좋고 의욕도 있는 상태에서 회비 아까운 걸 인식한 채 트레이닝을 받은 이들이라면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진실된 의욕과 목적이 일단 없었고,
급히 제작발표회며 뭐며 사진 찍힐 일이 있어서 꾸역꾸역 했을 뿐이다. 당연히 결과가 좋았을 리 없다.
그러나 절실함은 예고 없이 온다.
최고치 몸무게를 6월 초쯤 찍고, 정확히 6월 2일부터 진짜 운동(크로스핏)을 결심했다.
그리고 아래 달력을 보면 알겠지만 매일 아침 러닝(R), 혹은 크로스핏(C)을 한 날을 체크하면서 운동했다.
=결론: 이달의 회원이 됐다.
역대 이달의 회원들의 전형성에서 아주 벗어난 인물이어서 그런지 회원들의 눈빛도 호기심으로 빛났다. 뭔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서야 한글을 뗀 아이를 보듯, "어머 우리 애가 (바보인 줄 알았는데) 한글을 뗐어요!!"톤으로 축하해 주었다.
사실 크로스핏에 대해 내가 뭐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실력은 여전히 1도 없다. 자세도 코믹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점심시간이나 편집을 마치고 밤늦게 퇴근하면서까지 박스에 들러도 땀을 비 오듯 흘려가며 운동하는 사람들의 에너지를 보면 느끼는 게 정말 많다.
그리고 본인과의 싸움에서 이긴 위너들은 마음마저 너그럽다.
나의 작은 긍정적인 변화를 캐치해 주고, 나의 부족함과 어려움에도 먼저 손 내밀어준다.
내가 주제넘지만 크로스핏이 힐링이라고 하는 이유다.
크로스핏을 하지 못하겠다는 수많은 이유를 보았다.
안 해도 상관없다.
그러나 그렇게 쉽게 변명과 시도조차 해보지 않은 상상으로 포기하는 사람들 치고
심신의 건강함을 되찾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나의 지난 과거가 그랬듯이 말이다.
그리고 시작이 어렵지 해보면 못할 것도 없다.
덕후가 브랜드에게 | 편은지 - 교보문고 (kyobob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