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그림과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사실 내가 그런 줄 모르고 살았는데, 누군가 '넌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을 유독 높게 평가하더라.'라는 말을 듣고 내가 그런 사람이란 걸 깨달았다. 그럼에도 나는 그 흔한 미술학원조차 다녀본 적이 없다. 아마 나에겐 미지의 세계라서 그 동경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주변에서 한 번 배워보라고 했었는데, 사실 실천이 쉽지 않았다. 그렇게 그림이 내 삶에 쭉 없을 줄 알았는데. 실천 계기는 난데없이 찾아왔다.
최근 관심을 갖기 시작한 아이돌의 멤버의 취미가 그림 그리기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오오!)
풍경을 찍어서 주로 그린다고 하는데, 일본의 공원을 사진을 찍으며 나중에 그림으로 그리고 싶다고 하는 브이로그를 보게 됐다. (오오 그럼 나도!!)
그 김에 찾아가게 된 풍경 그리기 원데이 클래스.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상상만 했는데, 발걸음을 떼게 만들어준 최애에게 감사하며 인생 첫 그림을 그려봤다.
워낙 행동에 망설임이 없는 성격이라 잘하진 못해도 일단 막 하는 편인데, 머뭇거린 의외의 포인트가 있었다.
선생님, 하늘이 꼭 하늘색이고 나무가 꼭 초록색이어야 하는 건 아니죠?
사진을 보면서 그리다 보니, 왠지 눈에 보이는 대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하늘은 파란색, 나무는 초록색으로' 그려야만 할 것 같은 강박이 쉽게 놓아지질 않았다. 그래서 색감을 아예 다르게 칠해야 할 때가 가장 망설여졌다. 쉽게 말해, 파란 강물을 초록색이나 핑크톤으로 칠하는 걸 상상조차 못 하는 거였다. 강사님은 이 부분을 수강생들이 가장 어려워한다고 하셨다. (아 나만 쓸데없이 고지식한 거 아니었구나...)
그렇게 두 시간여만에 완성한 나의 첫 작품.
완성된 그림을 들고 화실을 나서는데 1층에 있던 자판기 문구가 갬성을 더 해주었다. 뭔가 사람들의 반복되는 질문에 성질이 나서 노트를 쫙 뜯어 볼펜으로 쓰고 매직으로 덧대어 '다시는 질문하지 말라'는 듯 거칠게 써붙여놓은 종이인데, 그 문장이 너무 감성적이었다.
치유할 수 없는 고장
치유할 수 없는 고장이라니요...(제 얘기인가요 설마...?)
다시 말하지만 나는 본업 중이다. 나는 주접이 풍년 피디다. 나는 괜찮다.
#주풍시즌2소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