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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두 번 뛰는 사람이 되었다

함부로 확신하면 안 되는 이유

by 편은지 피디

아침에 9km

저녁에 7km


하루에 16km

때로는 그 이상.


주말에는 이렇게 하루에 두 번 뛰곤 한다.

아침에 뛰고 원고를 마무리하고 저녁에 뛰는 식이다.


뛰다 보면 관성이 붙어 더 뛰고 싶은데,

나를 자제해 주는 사람이 있어 멈추게 된다.


"사람은 절대 안 바뀝니다."


특히 20대에 아니 최근까지도 제가 감히 확언했던 말이다.

사람 안 바뀐다는 냉소적인 자조의 확신이다.


특히 누군가 실망스러운 일들을 하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봐봐.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라니까."라고.


이는 상대에 대한 손쉬운 평가뿐 아니라,

나 또한 바뀌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바뀌었다.

그것도 180도로 바뀌었다.


많이 걸으면 걸었지 뛰는 건 절대 안 된다고 우겼던 내가 뜯어말려도 하루에 두 번씩 나가 뜀박질을 한다.

비가 와서 못 뛰게 되면 너무 아쉽고,

잠깐 그치면 얼른 나가서 뛰고 와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진다.


현재 연출 중인 <살림남>의 출연진들도 마찬가지다.

말 없는 박서진이라는 인물은 예능에 맞지 않다는 반대가 많았다.


말이 없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렇기에 관찰 예능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무언가 짜인 대본이 있는 스튜디오 물보다는 좀 더 자연스럽게 관찰하고 매력을 뽑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었고, 1년 넘에 곁에서 지켜봐 온 MC들이 인정할 정도로 정말 변했다.


얼마 전 회식 자리에서 나와 엠씨들 그리고 부장님이 있는 자리에 서진이 앉으려는 것을 보고

왠지 불편할 것 같아서 내가 먼저 "불편한 자리일 텐데 괜찮을까?"라고 말했더니,


오히려 웃으며, "아니에요. 편한 자리예요."라고 말했다.

그때 속으로 느꼈다. 정말 변했구나.


그리고 내가, 또 우리 제작진이 이제 좀 편해졌구나 하고 말이다.

처음 섭외하고 기획을 시작했을 때도 좀 더 친근해지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실제로 그는 지금 우리 프로그램이 가장 편안하다고 말한다.

이렇게 사람은 바뀐다.

그것도 좋은 쪽으로 바뀐다.


그러니 모두

절대 안 된다고, 안 변한다고

단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도 출연자로부터 배울 수 있음에 감사하다.

박서진 그리고 살림남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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