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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프로로 몸값 올려 퇴사하려고요"

요즘 피디들의 런칭 목표?

by 편은지 피디
"새 프로그램으로 몸 값 올려 나가는 게 목표예요."


부장님이 얼마전 나에게 들려준 얘기인데, 새 프로그램을 앞둔 피디들에게 런칭 목표를 물었을 때의 주된 답변이라고 했다.


일단 나는 너무 놀랐다.

먼저 퇴사라는 단어를 상급자 앞에서 아무리 친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거침없이 꺼냈다는 것이 1차 충격이었고, 보통 런칭을 부장 CP가 가장 많이 도와주는데 그런 관계의 사람 앞에서 저런 목표를 말한다는 게 많이 놀라웠다.


그러자 부장님은 오히려 내가 보수적이라는 듯 웃으시며,


요즘 피디들에게 물으면 대부분 "새 프로그램을 히트시켜서 몸값을 올려서 타사로 이직하는 게 꿈"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고 본인이 생각해도 그럴만하다고 하셨다. 전혀 서운함이나 미움은 없는 듯 보였고 오히려 그 방향을 응원해 주시는 듯했다.


내가 꽉 막히고 유난스러운 걸까 고민했지만 한동안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다 브랜딩에 관한 책을 쓰고 있는 요즘,

다시 그 일화가 떠오르며 저것들이야말로 피디들의 본능적인 퍼스널 브랜딩 방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기획한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고

시장에서 평가받아 가치와 몸값을 올리는 일 말이다.


현 직장 탈출을 목표로 처절히 노력한다면 그 또한 나쁠 것이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내가 만약 새 프로그램을 런칭하게 된다면 목표로 몸값 띄워 퇴사를 설정하진 않을 것 같다.


어차피 하게 될 일이라면 방향성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즘인데,

뭔가 '퇴사'나 '탈출'을 목표로 하고 싶진 않다.


여러 부침이 있었지만, 10년 이상 피디라는 꿈을 이룬 사람으로 살게 해 준 현 직장에 되도록 이로운 방향이길 바라기 때문이다. (혹시 나의 퇴사가 회사에 이롭다면...흡 그건 다시 생각해봐야 할 슬픈 문제다.)


내가 KBS에서 하는 일은,

열심히 일한 만큼 수치나 수입으로 환원되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방향성이 더 중요함을 느낀다.


그 성과에 누군가는 탐을 내며 양보를 요구하기도 하지만,

또 그 앞에서 제작진으로의 나라는 한 사람은 너무도 무력하지만...


그럼에도 감사함을 인정하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애써보려 한다.

브런치도 KBS도 결국은 더 탄탄해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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