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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Oct 05. 2022

의식하면 더 망하는 거 있잖아요 왜.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_정지우 지음

내 얘기다. 나 자체가 특기가 많진 않지만 읽고 쓰는 것만큼은 과부하 없이 매일 지속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확고했던 생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실 내 글을 보는 사람이 꽤 있는 것 같은 날도 있고 전혀 없는 것 같은 날도 있다.)


하지만 소수일지라도 열심히 봐주는 사람들이 신경 쓰이고 그들이 좋아하는 글은 대체 뭘까라고 의식하다 보니 오히려 선뜻 써 내려가질 못하겠다. 그래서 그 어떤 논술 시험 때 도 10분 이상 펜을 들고 망설인 적이 없었는데, 요즘은 써놓고도 지워버리는 글들까지 생겼다. '구독자수가 줄어드는 것도 마음 아프고 반응이 없는 건 더 속상한데, 굳이 나는 왜 사서 이 고생을 하지?'라는 고민을 털어놓자 가만히 듣던 신랑이 말한다.


그렇다고 네가 뭐...100만 구독자가 50만이 되고 그런 건 아니잖아?


뼈 때리는 묵직한 한마디. 애초에 그 수가 많지 않아서 더 신경 쓰이는 거라고 소심하게 항변은 했지만 잘 보이려고 의식하다 보니 꼬이는 게 사실이다.




심지어 사진관에서 증명사진 하나를 찍어도 '자연스럽고 예쁘게 나오려고' 의식하고 애쓰면 망하고,

이성친구를 만날 때도 '너어어어~무' 잘 보이려고 식음전폐하며 애썼던 상대와는 잘 된 적이 없고, 오히려 내려놓고 대했던 사람과 이어지곤 했다.


너무 애쓰면 그 간절함에서 나오는 부담스럽고 불편한 미묘한 에너지가 전해지는 걸까. 이런 고민에 대한 답을 나의 자랑스러운 동기인 정지우 작가 책에서 찾아봤다.



나는 오늘도 글을 쓰고자 하는 모든 사람을 응원한다. 그가 좋은 글을 쓰리라 믿기 때문이 아니다. 단지 그가 글을 쓰고자 하기 때문이다. 언어가 나오기를 '기다리고자' 하기 때문이며, 그러한 기다림이 이 세상을 분명 더 낫게 만들리라 믿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글 쓰는 자의 기다림은 옳다. 그가 발굴해낼 것 중에서는, 그가 아니었으면 결코 세상에 드러나지 못했을 그 어떤 존재가 반드시 있다.
 
- P.35

좋은 글을 쓰리라 믿기 때문에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글을 쓰려고 하기에' 응원한다는 친구의 말. 오늘도 주변의 힘을 빌려 지속할 용기를 얻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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