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꼭 듣고 싶었던 말
나 양극성 장애의 조증 삽화(manic episode)인 거 아니야?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지나가다가 선생님의 일기를 접한 아무개입니다. 글을 보고 그냥 지나치기가 힘들어, 노파심에 댓글을 남기고자 합니다.
세상 누구도 선생님의 고통을 헤아리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선생님의 글에 드러난 절망을 공감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선생님의 좌절감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조차 지독한 오만이라고 단언하고 싶습니다.
함부로 이야기하기 조심스럽습니다만, 아무도 보지 않는 블로그에 일기를 쓰신 것은 선생님의 부끄러움을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으시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공개가 아닌 공개글로 올리신 까닭은, 역설적으로 누군가라도 선생님의 고뇌를 알아주고 인정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신 게 아닐지, 감히 예상해 봅니다.
선생님께 삶은 축복이다, 살아있음에 감사해야 한다, 생명은 소중하다, 이런 진부한 설교를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동안 정말 애쓰셨습니다. 헤아리기 어려운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오신 것만으로도, 선생님께선 위대하십니다. 당신은, 이미 '위인'입니다.
3월의 봄날이 따뜻하다고는 하나 새벽은 아직 춥습니다. 이 글은 제 진심이 선생님의 새벽에 닿아 봄날의 해가 뜨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혹시나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말씀해 주십시오.
- 아무개 배상
어쩌면, 혹시 어쩌면. 어제의 일기는 말 못 할 고통에 몸부림치는 이의 고요한 절규가 전파를 통해 기적적으로 나에게 닿은 게 아닐까. 들어주길 바라지만 알려져서는 안 될 그 역설적인 비밀이 텔레파시와 같은 초자연 현상으로 다가온 것이 아닐까.
때문에 나는 기도한다. 다시 한번 기적이 일어나 내 마음이 번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닿기를. 그대의 조용한 비명이 단말마의 신음으로 이어지기 않기를. 당신의 자기 부적절감은 크고 작음의 차이일 뿐, 우리 모두에게 존재함을 알아차리기를. 삶이라는 고통의 바다에서 표류하는 우리 모두는, 작아도 분명한 '위인'임을 깨닫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