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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J크로닌워너비 Jun 17. 2023

공모전에 첫 소설을 제출했습니다

내가 얻은 것들


한동안 브런치에 시만 올리고 에세이 쓰기엔 소홀했습니다. 소설을 쓰다 보니 계속 퇴고하고 고치고 하는 일들의 반복이었습니다. 아무리 제가 글쓰기를 좋아한다지만 똑같은 글을 몇십 번을 보다 보니 좀 지쳤달까요. 공모전 마감은 11일이었는데 14일까지는 글쓰기도 책 읽기도 못하겠더라고요. 그나마 15, 16일은 조금 나아져서 책을 두 권 읽었고, 오늘은 이렇게 글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브런치를 켜고 글을 써야겠다 다짐했죠. 새하얗게 빈 화면을 앞에 두고 뭘 쓸까 고민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1달을 되돌아보니 얻은 게 정말 많다는 생각이 들어, 제 경험을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어 졌습니다.


한동안 소홀했더니 질책하는 브런치

첫 습작을 완결 내니까 굉장히 기분이 좋더라고요.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첫 시작을 잘 끊었다는 느낌이에요. 또 첫 작품을 단편이 아니라 중장편, 72000자 정도 분량으로 완결 내니까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단편도 나중에 쓰기야 쓰겠지만, 제가 긴 호흡의 글도 쓸 수 있단 걸 확인한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공모전에 글을 내는 건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평소엔 취미로 글을 썼는데, 공모전 마감일에 맞춰 글을 쓰려니까 확실히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마감의 유무가 이렇게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구나를 느꼈던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공모요강에 '미완결 원고도 가능'이라는 문구가 얼마나 작가를 나태하게, 혹은 성의 없게 만드는 지도 체험했어요. 마감 열흘 전인데 퇴고에 신경 쓰기보다 어떤 내용을 더 추가할지 고민하는 제 스스로의 모습을 자각하는 순간 소름이 돋더군요. 작가는 자신의 글을 써낸 후에도 계속 그 완성도에 신경을 써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게 상당한 충격이었습니다.


제 소설 쓰는 실력이 얼마나 일천한지도 깨닫는 계기가 되었어요. 물론 제대로 글 쓴 지 이제 3개월 차니까, 일천한 게 당연하죠. 다만 이전에는 그걸 몰랐어요. '우매함의 봉우리'에서 나 글 좀 쓴다고 악을 질러대는 중이었죠. 지금은 겸손함을 좀 더 배웠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더군요.

'더닝 크루거 효과'


글 쓰는 실력 외에도 제가 가진 여러 한계점을 찾았습니다. 가령 오래 글 쓰기에는 체력이 생각보다 부족하다던가. 퇴고의 지옥을 정말 견디기 힘들어한다던가. 묘사가 아닌 설명으로 글을 쓰는 버릇이 있어 소설이 통시적으로 된다던가... 많은 지적들을 받았고, 제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의 피드백들은 받아들여서 체화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공모전을 계기로 사람들과의 관계도 많이 맺었어요. 현직 작가분들께 의뢰해서 제 글에 대한 유료 피드백도 받아보고, 지인들 중 글쓰기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제 글을 보여주기도 하고. 제 소설을 통해서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 혹은 이전의 관계가 다르게 변하는 모습이 신기하고 재밌었습니다.


이번 공모전을 준비하는 과정이 다른 책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제가 생각해 낸 구상은 세상 어딘가 제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이미 이루어진 것이며, 책으로도 이미 쓰이기도 했단 것을 깨달았죠. 또한 주변에서 주는 피드백 중에서 '네 글을 읽으면 이러이러한 책이 생각난다' 혹은 '이 주제의식에 대해 탐구할 거면 이 책을 읽어봐라' 같은 추천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렇게 여러 책을 섭렵하며 느꼈던 건, 제 독서 취향이 생각보다 올드해서 그런지 제 글 역시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이 좀 있었다는 겁니다. 실제로 한 지인은 "왜 2023년에 레 미제라블을 쓰고 있냐"라며 놀리기도 했고요.


무엇보다도 글을 쓰면서 얻었던 효과는, 제 마음속에 응어리진 감정들의 승화와 정리되지 않았던 생각들이 정돈되었다는 점입니다. 첫 소설이다 보니 아무래도 자전적인 이야기를 쓰게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이런 효과가 나타난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소설의 소재가 좀 어두운 면이 있는데, 그렇기에 제가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그림자를 좀 더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이처럼 얻은 게 많아서, 앞으로도 계속 소설을 쓸 것 같습니다. 다만 브런치에 올릴지는 잘 모르겠어요. 공모전에서 떨어지면 올려볼까 생각도 있는데, 한편으로는 아직 퇴고가 덜 된 부족한 소설이라 생각해서 리메이크를 하고 싶거든요. 공모전 결과가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브런치에 올릴까 말까 하는 문제는 좀 더 고민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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