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맞춰가는 방법
어제는 쓰레기 줍는 봉사활동이 있었다. 지난번에 남편과 같이 강의를 듣고 봉사의 중요성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나는 "이때다!" 싶은 마음에 남편과 함께 봉사를 하러 갔다. 살짝 먼 거리라 혼자 가기에는 부담이 됐었다. 다행히 남편이 운전하는 차로 가니 그나마 가기가 수월했다.
봉사활동 집결 장소가 주차하기에는 조금 애매했다. 남편은 근처 공원에다 주차하고 오기로 했다. 봉사는 한 곳에서만 하는 게 아니다. 쓰레기를 줍는 거다 보니 집결장소를 중심으로 조금씩 이동하며 하는 봉사다. 그래서 남편이 주차하고 합류하기가 애매했다. 남편은 공원 구경을 하기로 했다. 남편이 봉사 활동할 마음으로 그 먼 곳까지 같이 왔다는 것에 나는 만족했다.
나는 만삭이 다 되어가는 몸으로 열심히 쓰레기를 주웠다. 더워서 입고 있던 카디건까지 벗어야 할 만큼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예상치 못한 곳에 쓰레기가 있었다. 한 장소에 여러 쓰레기가 있어서 한참 동안 같은 자리에서 쓰레기를 주워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보람찬 봉사활동이 끝났다. 쓰레기를 한 봉지에 모으는 시간이었다. 이제 다 끝난 줄 알았다. 그래서 남편에게 끝났다고 연락을 했다. 남편은 차를 몰고 집결장소 주변으로 왔다. 그런데 봉사활동은 아직 끝이 아니었다. "봉사"는 끝이 났지만 다 같이 모여서 사진 찍고 소감을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남편은 그런 나를 기다리며 차로 주위를 돌아야 했다.
남편은 끝났다고 했는데 소식이 없고, 계속 주위를 돌아야해서 기분이 안 좋았는가보다. 그래서였던가? 차에 타자마자 남편은 나에게 안 좋은 말투로 말을 시작했다. 나도 다 같이 모여서 하는 쓰레기 봉사는 처음이었다. 봉사가 언제 끝나는지 잘 몰랐다. 서로가 살짝 오해가 있었다. 신경질적인 대화가 오가다가 잠시 정적이 흘렀다. 누가 먼저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안하다는 말을 건넸다.
집에 오는 길에 반찬거리를 사러 마트에 갈 예정이었다. 나는 허리도 아프고 잠시 마음도 진정시킬 겸 집에 있겠다고 했다. 남편이 혼자 장 보는 것은 힘들 것 같았다. 하지만 그 감정 상태로 서로 마주 보며 무언가를 하기는 조금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단 몇 분이라도 각자의 시간을 가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남편이 장을 보는 동안 나는 집에서 책을 읽었다. 남편이 집에 오면 평소처럼 반갑게 맞이해주자고 다짐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니 화가 조금은 누그러지는 듯했다. 잠시나마 혼자 있으며 나의 행동들을 돌아볼 수 있었다. 만약 남편과 계속 함께였으면 이런 생각은 못 했을 것 같다.
시간이 되어 남편이 돌아온 후, 나는 아주 반갑게 남편을 맞이했다. 그때 서로 미안하다는 말을 건넸는데 차에서 건넸던 미안하다는 말과 조금은 온도가 달랐다. 그때보다 더 진심이 담긴 말이었다. 아무래도 신경질적으로 대화한 후에 건네는 미안하다는 말은 그 상황을 무마하려는 느낌이 강했던 것 같다.
남편과 늘 사이가 좋으면 좋겠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다. 내 일상 중에서 가장 많이 보는 사람이 남편인데 마찰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단 10분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게 좋겠다.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니 좋다.
신경질적인 대화 후 계속 같이 있는다면 서로가 힘들 것이다. 마찰이 생긴 후 빨리 화해하는 게 좋다. 그렇지만 계속 얼굴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진정이 안 된다. 단 10분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각자 할 일을 하거나 명상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게 참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