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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옹 Sep 12. 2022

명절날 내 밥상은

플렉시테리언이 고기를 먹는 순간


 "명절 때 어른들이 고기 먹으라고 할 것 같은데, 다들 어떻게 고기를 안 드세요?"

 "저는 제 밥그릇에 시선이 집중될 때 고기 한번 먹고 평소처럼 고기 안 먹어요."


 채식 단체 모임에서의 한 회원분의 질문이다. 채식인들은 명절 때 고민이 참 많다. 집안 어른들이 고기를 먹으라고 하는데 안 먹을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하나 난감하다. 집안사람들 모두가 채식인인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이런 고민은 불가피한 것 같다.


 특히나 채식을 막 시작한 사람이라면 이런 고민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매일 얼굴 보고 밥 먹는 가족이나 가끔 만나서 즐거운 자리를 가지는 친구들과의 사소한 마찰도 있을 것인데, 집안 어른들의 마찰은 피해 갈 수가 없을 것이다. 어른들이 고기를 먹으라고 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고민이 많이 될 것이다.


 나는 무조건 안 먹는다고 하기보다는 내 밥그릇에 시선이 집중될 때, 이거 하나 먹어보라고 권유할 때, 내 밥그릇에 동물성 음식을 얹어주셨을 때만 한번 먹고 평소처럼 채식으로 식사한다. 어른이 권하는 데 안 먹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더군다나 나는 이미 고집이 심한 아이로 인식되어 있기 때문에 "또 고집부린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비덩주의를 실천하며 가족들과 밥을 먹을 때가 있다. 할머니가 끓여주신 김치찌개에는 고기가 들어 들어 있는데, 고기 빼고 나머지 부분을 먹었다. 할머니가 해 주신 김치찌개, 내가 비건 지향 생활을 시작하기 전부터 맛있게 먹어 왔던 것이다. 그 추억의 맛을 잊지 못하겠다. 몇 번 먹어보니 고기 말고도 뭘로 맛을 냈는지 알겠는데(할머니가 쇠고기 다시다를 넣는 걸 몇 번 봤다.) 왜 김치찌개를 포기하지 못할까? 아직 나는 비건이 되려면 멀었다는 것인가?


 "살 발라줄 때가 좋은 줄 알아."


 이번 명절에는 남편이 내 밥그릇에 생선을 발라서 올려주었다. 나는 이럴 때마다 장난식으로 눈을 크게 뜨고 살짝 웃으며 남편을 바라본다. 그러면 남편도 나를 보고 같이 웃는다. 남편이랑 같이 살면서 비건 지향 생활도 유지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다. 나는 밥을 싱겁게 먹기 때문에 남편이 발라 준 생선 살로 밥 두 숟가락 정도를 먹었다.


 남들은 의외로 내가 뭘 먹는지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고깃집에 가서 고기를 안 먹고 채소만 먹어도 아무도 신경을 안 쓴다는 사람도 있다. 내 주변 사람들도 당연히 그럴 것이라 생각을 했는데, 나는 이미 채식한다고 알린 후였다. 


 그 경우는 채식한다고 밝히지 않고 조용히 식사만 해서 그런 것인가? 채식한다고 주변에 말을 하니 사람들이 내 밥그릇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느낌이다. 다른 사람들이 물어보지 않는다면 채식한다고 알리지 않고 조용히 있을 걸 그랬나 보다. 그러면 내 밥그릇에 관심을 덜 가지지 않을까? 적어도 지금보다는 관심이 덜 할 거라 생각한다.


 채식에 관해서는 세상 사람들 모두가 나에게 우호적이지가 않다. "고기를 먹어야 힘이 나지." 등의 말로 자꾸만 나를 흔든다. 나는 아직 채식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 말들에 제대로 대처를 못 한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채식에 관한 책을 읽고, 채식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고 내가 채식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조금씩 들은 지식들이 쌓이다 보면 적어도 내가 왜 비건을 지향하는지, 육식이 왜 몸에 안 좋은지 정도는 알 수 있지 않을까? 매일매일의 노력이 미래의 나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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