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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옹 Sep 12. 2022

가끔은 정신 건강을 생각한다

플렉시테리언이 고기를 먹는 순간


 비건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관련된 자료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비건과 관련된 영상, 책, 모임이 정말 재밌다. 지식도 쌓고 내가 좋아하는 비건과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라 참 좋다. 그래서 자꾸만 더 관련된 자료들을 보게 된다. 


 책 한 권을 읽으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른 영상이나 다른 책도 찾아보게 된다. 한번 관심을 가지면 뫼비우스의 띠처럼 끊임없이 자료를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유튜브는 내가 한번 비건 관련 영상을 보면 알고리즘에 비슷한 다른 영상들도 보여주기 때문에 참 좋다.


 비건과 관련된 자료들을 자주 접한 결과, 육식은 몸에 해롭다고 한다. 일단 붉은 고기는 1급 발암물질이다. 동물성 단백질은 우리 몸에 필요량 이상으로 많이 쌓여서 오히려 더 안 좋다고 한다. 식물성 단백질로도 충분히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다고 한다. 


 닭알(계란) 안에는 불필요한 콜레스테롤이 많이 들어있다. 소젖(우유)에는 유방암을 일으키는 물질이 들어있다. 그래서 여자가 우유를 먹으면 안 된다는 주제의 책도 있다. 먹이 사슬 꼭대기에 있는 생선도 우리 몸에 좋은 영향이 올 리가 없다. 이 외에도 다양한 영양학적인 측면이 있다.


 그래서 나는 남편도 같이 채식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고기를 못 먹게 했었다. 남편의 건강을 생각해서 그런 거였다. 바꿔서 생각해보면 남편에게 고기를 먹지 말라는 것은 나에게 육식을 하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남편이 채식하길 바란다면 서서히 자연스럽게 채식의 길로 들어서길 기다려야지, 억지로 하지 말라고 하면 당연히 싫어할 수밖에 없었겠다. 사실 이건 비건뿐 아니라 다른 면에서도 마찬가지다. 강요하면 하기 싫어지는 법이다. 


 남편은 고기를 참 좋아한다. 얼마 전에는 남편이 고기를 먹고 싶다고 해서 같이 갈비를 먹었다. 남편이 갈비를 구워 먹으며 정말 행복해했다. 그렇게 해맑게 웃는 것을 오랜만에 봤다. 진작 먹으러 갈걸 그랬나 싶은 순간이었다. 


 건강에는 육체 건강과 정신 건강이 있다. 나는 남편의 육체 건강을 위해서 고기를 못 먹게 했지만,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면 가끔은 먹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나는 남편의 육체 건강만 생각하고 정신 건강은 생각하지 못한 어리석은 사람이었다.


 고기를 못 먹게 하면 남편이 엄청 힘들어한다. 하지만 잠시 내 욕심을 내려놓고 남편과 같이 고기를 먹으면 기분이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한다. 나는 고집이 정말 세지만 가끔은 내 고집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는가 보다. 부부라면, 같이 살려면 어쩔 수가 없는 일이기도 하고 말이다.


 남편은 평소에 내가 비건 지향하는 것을 잘 이해해준다. 집에서 밥 먹을 때 반찬만 맛있다면 같이 비건으로 한 끼 식사를 한다. 비건 식당에도 같이 간다. 마트에 가서 비건 가공식품을 사기도 한다. 나를 정말 많이 배려해 준다. 


 하지만 나는 남편을 위해 어떤 것을 해 줬나 생각해 본다. 남편만 나를 맞춰주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반성도 된다. 그런 마음에 요즘은 고기를 같이 먹자고 하면 조금이라도 같이 먹곤 한다. 고기 한 점 안 먹는 것보다 서로 웃으며 잘 지내는 것이 더 좋다. 평소에는 남편이 비건 지향하는 것을 이해해주니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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