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안정기도 아닐 때 치과를 가다
"입덧이 심해서 아무거나 못 먹고, 몸에 힘이 없어서 너무 힘들어요."
"그럼 마른 음식이나 초콜릿을 드셔 보세요."
입덧이 너무 심해서, 정기 검진일도 아닌데 입덧 약을 처방받고 수액을 맞기 위해 산부인과에 간 적이 있다. 너무 아프고 힘든 나머지 의사 선생님에게 하소연을 잠깐 했다. 그 말을 들은 의사 선생님은 칼로리가 높은 초콜릿을 먹어보라고 하셨다. 초콜릿에는 카페인이 들어있어서 안 좋을 것 같았는데, 의사의 말이니 괜찮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커피도 하루에 조금씩만 마시면 괜찮다고 하지 않은가.
그래서 남편에게 퇴근길에 초콜릿을 몇 개 사 오라고 부탁했고, 남편은 견과류가 들어간 초콜릿을 사 왔다. 다음날 낮에 나는 자유시간을 먹었다.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가 단 맛이 많이 느껴져서 좋았다. 이거 하나면 먹어도 부족한 내 기력이 어느 정도 회복될 것만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자유시간의 식감이 뭔가 이상했다. 자유시간에서 느껴보지 못한 이질적인 식감이었다. 별사탕을 깨 먹는 느낌이었다. 내가 먹고 있는 자유시간은 불량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다 씹어서 삼키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혓바닥으로 입 안을 더듬어 봤다. 오른쪽 위에 이빨이 조금 부러졌다. 그렇다. 나는 내 이빨 조각을 먹은 것이다.
순간 너무 당황스럽고 놀랐다. 이빨이 부러졌으니 치과에 가기는 가야 할 텐데, 아직 임신 8주 차에 치과 치료를 받아도 괜찮은 건지 걱정이 됐다. 그래도 치과에 안 갈 수는 없다. 정식 치료를 못 하더라도 임시로라도 조치를 취해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치과에 갔다. 가서 문진표를 적을 때 임신 2개월이라고 적었다. 문진표를 내니 임신한 것에 대해서 한번 언급해주셔서 고마웠다. 시간이 되어 진료실(?)로 들어갔다. 의자에 누워서 의사 선생님이 이빨 상태를 보시고 통증이 있는지 물어보셨다. 나는 아픈 건 없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은 가시고 치위생사님이 오셨다. 내 이빨을 보시며 크게 부러진 것도 아니기에 통증이 없으면 치료를 해 주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걱정되는 마음에 간단하게 때워주시기라도 하면 안 되냐고 했다. 하지만 이 치과에서는 과잉 진료를 하지 않는다며, 때우면 치과는 돈을 벌어서 좋지만 환자에게는 그리 좋은 일이 아니라고 했다. 어차피 곧 다시 떨어질거라고 했다. 지금 상태로 봐서는 아프지 않으면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다고 말이다. 부러진 부분이 조금 더 파이면 금니로 갈아 끼우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또 걱정이 됐다. '아니, 여기서 더 파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치료를 한다고?' 여기서 더 부러지면 아프지 않냐고 질문했다. 치위생사님은 아프긴 하겠지만 극적으로 심하게 아픈 일은 없을 거라고 하셨다. 치과 치료를 워낙 무서워하기에 걱정스러운 질문을 몇 번 더 하고 마무리했다.
그리고 안정기가 되면 스케일링 받으러 오라고 하며 진료를 마무리했다. 스케일링 예약은 두 달 뒤 첫째 주 금요일로 잡았다. 그때쯤이면 안정기가 돼서 무리 없이 치과 진료를 받을 수 있는가 보다. 또, 스케일링은 움찔거리고 놀라기는 해도 크게 아프지는 않으니 괜찮을 것 같았다.
이번에 치과를 갔다 오고 나서, 임신 안정기가 되기 전까지는 아파도 병원에 마음 편히 못 가겠구나 싶었다. 평소 같았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갔을 병원인데 임신을 하고 나니 내 몸보다는 뱃속의 시월이부터 생각이 든다. '심하게 아픈 것이 아니라면 참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편으로는 평소에는 괜찮던 이빨이 왜 임신 기간 중에 말썽인지 속상한 감정도 들었다. 그래도 어찌하리. 이미 이빨이 깨진 것을. 여기서 상태가 더 심각해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아프더라도 임신 안정기로 접어든 후에 아팠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