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기형아 검사
이제 임신 13주 차가 되고 1차 기형아 검사를 받는 날이 되었다. 이 검사는 크게 긴장할 필요가 없다고 들었다. 그래서 편안한 마음으로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가서 접수하고 기다렸다. 시간이 되어 담당 간호사님이 나를 불렀다. 오늘은 원래 진료를 보던 진료실이 아니라 한 층 아래에 있는 정밀초음파실에 가야 한다고 하셨다. 평소와 다른 곳에 가니 살짝 긴장이 됐다.
정밀 초음파실 앞에 가서 앉았다. 남편과 가벼운 수다를 떨고, 농담도 하며 즐겁게 기다리고 있었다. 분명 여기가 맞을 텐데 우리를 부르는 소리도, 대기하는 사람도 없어서 남편은 여기가 맞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러 갔다. 그 사이 초음파실의 문이 열리고 들어오라고 했다. 나는 빠르게 남편을 불러서 같이 들어갔다.
신발을 벗고 침대에 누워 배를 드러냈다. 배에 투명한 크림을 발라주셨다. 그 위로 초음파 기계가 지나간다. 화면에서는 시월이가 보인다.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 '이렇게나 많이 컸다니!' 기형아 검사 날짜를 잡아야 하는데 예약이 꽉 차 있어서 3주 만에 병원에 왔다. 그전에 봤던 초음파에서는 겨우 머리, 팔, 다리를 구분할 수 있는 정도였는데 지금 보니 제법 사람과 비슷한 모습이다.
그런 시월이의 모습을 보며 살짝 감격스러웠다. 이제 내 뱃속에는 사람과 비슷한 모습을 한 태아가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어떻게 그런 아이가 내 뱃속에 있을 수 있을까? 너무 신기한 일이다. 처음 임신 사실을 확인할 때만큼이나 놀라운 순간이었다.
초음파로 시월이의 모습을 여기저기 보여주셨다. 신체 길이를 재며 태아는 정상이라고 하셨다. 출혈이 있지는 않았는지 두 번이나 물어보시길래 불안한 마음에 태아가 정상이냐고 한번 더 물어보기도 했다. 정상이라고 하시며 원래 진료 보던 진료실에서 한번 더 설명해주실 거라고 했다.
처음으로 정밀 초음파도 봤다. 아직 이목구비를 정확히 볼 수 있는 시기는 아니라고 한다. 그래도 눈, 코, 입이 잘 달려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초음파를 보는 중에 시월이가 움직이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조금씩 몸을 움직이는 게 신기하고 귀여웠다. 남편과 상의 후 잘 나온 초음파 사진을 인화했다.
사진 고를 때 남편과 의견이 살짝 달랐지만, 휴대폰 앱으로 전체 초음파 영상을 볼 수 있으니 큰 문제는 없었다.
정밀 초음파실에서 초음파를 다 보고 난 후, 다시 한 층 위로 올라갔다. 늘 그랬던 것처럼 몸무게와 키를 쟀다. 그런데 몸무게가 2kg 줄어 있었다. 태아가 자랐으면 몸무게가 당연히 늘어날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입덧 때문에 음식을 제대로 못 먹어서 몸무게가 줄어든 게 아닌가 싶었다.
시간이 되어 진료실로 들어갔다. 정밀 초음파실에서보다 더 정확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다운증후군 증상이 있으면 코가 안 보인다고 했는데 시월이는 코가 아주 잘 보였다. 다른 것들도 다 정상이라고 하셨다. 우리는 그동안 여기저기서 선물 받은 영양제를 꺼내며 먹어도 되는 건지, 언제 먹어야 하는 건지 여쭤봤다. 그리고 자연주의 출산에 대해 상담 문의하고 진료를 마무리했다.
아직 기형아 검사가 끝난 게 아닌가 보다. 채혈실에 가서 피를 뽑아야 한다. 주말이라 사람이 많아서 15분 정도 기다린 후, 피를 뽑고, 담당 간호사를 한번 더 만난 후에 모든 진료가 끝났다. 더 자세한 검사 결과는 나오는 대로 전화로 알려주신다고 했다. 긴장되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려봐야겠다. 이때까지의 기형아 검사 결과, 아주 정상이라서 기분이 좋았다.
이제 임신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진료는 2주에 한 번에서 한 달에 한번, 혹은 3주에 한 번만 받으면 된다. 다음번 진료는 3주 뒤에 2차 기형아 검사라고 한다. 기형아 검사받은 후에 또 기형아 검사라니, 살짝 당황했지만 이건 내가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마음을 좋게 가져야겠다.
태아의 영양 주머니인 난황도 없어지고, 이제 내가 잘 먹어야 태아도 잘 먹는 것이다. 이제 질 좋은 음식을 조금씩 자주 먹도록 해야겠다. 지금보다 영양에 더 신경을 써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