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옹 Apr 04. 2022

임신 초기, 코로나 양성

하필 이때 코로나에 걸리다니

 지난주 금요일, 목이 너무 아프고 콧물이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자고 일어나면 목구멍이 심하게 건조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혹시 잘 때 입을 벌리고 자서 그런가 싶어, 마스크를 끼고 자 보기도 했는데 별 효과가 없었다. 여전히 목구멍은 심하게 마르고 아팠다. 물을 마시고 싶지만 입덧 때문에 물을 잘 못 마셔서, 토레타를 벌컥벌컥 마셨다. 나는 그저 감기가 심하게 온 거려니 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마음에 코로나 자가진단 키트를 사서 검사를 해 봤다. 빨간색으로 선명한 두 줄이 보였다. 이럴 수가. 코로나 상황이 아무리 심각하다고 해도 이때까지 한 번도 안 걸리고 잘 피해왔건만 하필 임신 초기에 걸리고 말았다. 안 그래도 지금은 입덧 때문에 몸이 안 좋은데 코로나까지 겹쳐서 더 아팠다. 만삭일때 코로나에 걸린게 아니라서 다행인건가. 만약 만삭일때 걸렸으면 출산할때 엄청 힘들었을수도 있겠다.


 내가 코로나에 걸리면 엄청 신기할 줄 알았다. 물론 당연히 좋은 일은 아니지만 "내가 양성이라니"하는, 살짝 들뜬 기분이 들 것 같았다. 하지만 막상 코로나에 걸려보니 아파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조금만 말을 많이 해도 머리가 광광 울려서 힘들었다. 입안은 건조하고 가래가 많이 껴서 답답했다. 


 코로나에 걸리면 맛을 못 느낀다는데 다행히 나는 그 증상은 없었다. 먹는 것들 다 맛이 잘 느껴졌다. 다만 입덧 때문에 입맛은 여전히 없다. 배고파서 밥을 먹기 시작하지만 입맛이 없어서 깨작깨작 먹고 숟가락을 내려놓곤 한다. 조금씩 자주 먹으려고 노력해봐도 아직은 많이 먹을 때가 아닌 건지 여전히 음식은 잘 안 들어간다.


 자가진단 키트에서 양성이 나왔으니, 그 키트를 그대로 들고 보건소로 향했다. 코를 찌르는 PCR 검사를 받았다. 다음날 오전, 코로나 양성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같이 사는 남편은 보건소 문 열자마자 PCR 검사받으러 갔다. 신기하게도 남편은 음성이었다. 양성인 나랑 같이 살고 있는데 음성이 나올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나는 다음날 역학조사 관련 전화를 받았다. 


 그때는 주말이라 남편과 함께 가고 싶은 곳도 많았는데 너무 아쉬웠다. 벚꽃이 만개했으니 꽃놀이도 가고 싶었고, 가까운 도시에서 한다는 베이비페어도 가고 싶었다. 또, 외할머니 생신잔치에도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시간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코로나 확진이라 아무 데도 못 가고 꼼짝없이 집에만 있어야 했다. 격리기간이 끝날 때까지 봄꽃이 이쁘게 잘 피어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다 문득 뱃속의 시월이를 생각한다. 내가 아파서 이렇게나 힘든데 뱃속에 있는 시월이도 힘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기침할 때마다 태아에게 안 좋은 영향이 간다고 하는데, 시월이는 잘 있을까 궁금했다. 평소에 가끔씩 하는 기침도 조금 신경 쓰였다. 코로나에 걸리고 난 후에는 기침을 많이 하니 더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나는 시월이를 보러 산부인과에 갈 때마다 긴장되고 설렌다.


 지금 나의 가장 큰 관심사는 시월이의 건강이다. 시월이가 건강하게만 잘 있어줬으면 좋겠다. 건강히 잘 있다가 이르지도 늦지도 않게 예정일에 맞게 잘 나왔으면 좋겠다. 시월이만 건강하다면 소원이 없을 것 같다.


 비록 내가 지금 입덧과 코로나를 겪고 있는 중이지만 시월이는 뱃속에서 무탈하게 잘 있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하루 만에 입맛이 변하다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