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by 해신

지하철 내리는 문 앞에 할머니께서 기장도 짧은 패딩인데 소매 부리도 달랑, 팔꿈치께 오는 걸 입으셨다.


“소매가 짧아서 편하긴 할 것 같은데 끝을 안 조여주는 디자인이라..뭔갈 만지고 일하기 불편하겠는데? 팔에 좀 더 붙는 디자인이면 좋겠다.”


당장 살 일도 아마 먼 미래에도 없을 패딩 쇼핑을 혼자 이리저리 상상으로 하다가 보니

‘나’라는 사람은 옷을 볼 때 활동성을 제일 중요시하는구나. 새삼스레 알게 된다.


정작 십 대 이십 대 초 중반에는 나의 취향이나 습관보다는 우선 이뻐 보이고, 싸고, 손에 바로 닿는 것들에만 집중하여 옷을 샀다면,

조금씩 나이가 들어가고 가치관이 바뀌면서 물건을 구매할 때

이게 왜 쌀까?

이걸 내가 100% 활용할까?

요걸 안 봤어도 굳이 내가 샀을까?

곰곰이 생각하는 아주 맘에 드는 버릇이 생겼다.


굳이 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 생활이 더 익숙해진 지금이 나는 좋다.

굳이, 안 먹어도 될 거라면

굳이, 안 사도 될 거라면

굳이, 안 해도 되는 거라면

스스로 옳아 매서 화를 쌓으며 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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