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여전히 필요한 옳은 질문
< 그림: ChatGPT >
마킹 문장: 옳은 질문은 대화하고 싶게 만든다. 질문하는 당사자의 마음을 열게 하고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일 수 있도록 태도를 다듬어 준다.
마킹 문장 책 제목: 질문의 격
마킹 문장 작가: 유선경
마킹 문장은 질문의 본질을 꿰뚫었다. 보통, 질문을 하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좋은 질문은 하기도 또는 듣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사람과 인공지능(이하 AI) 사이의 대화에서도 동일하게 작용하는데 우리가 AI와 나누는 도구인 '프롬프트(Prompt)'라는 질문의 도구가 있기 때문이다.
대화는 단순히 정보 교환이라 할 수 있지만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언어활동을 "세계에 대한 공통의 이해를 형성하는 행위"라고 보았다. 질문의 그 행위를 열어주는 가장 첫 번째 문이다. 질문이 없다면 대화는 정보 전달의 역할 뿐인 단방향의 교환에 그치고 만다.
그렇다면 질문의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관심의 표현'으로 질문은 상대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다. "당신의 생각은 무엇인가요"라는 물음은 이미 상대를 존중하고 있음을 내포한다.
두 번째, '사유의 확장'이다. 질문은 스스로의 사고를 확장시킨다. 우리는 질문을 던지며, 내가 아직 모르는 가능성을 찾게 한다.
세 번째, '태도의 정립'이다. 질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태도를 다듬는다. 급히 던지는 질문이 아니라, 상대를 고려한 질문은 그 자체로 대화의 품격을 높인다.
이런 맥락에서 "옳은 질문은 대화하고 싶게 만든다"라는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경험에서 볼 수 있는 진리이다. 좋은 질문은 상대의 생각을 듣게 되고 동시에 질문하는 나 자신을 끊임없이 열린 상태로 보게 된다.
우리는 AI라는 새로운 대화 상대를 맞이하고 있다. AI와의 대화는 질문의 중요성을 새로이 부각하고 있다.
AI 프롬프트란 AI에게 전달하는 질문이다 지시이다.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 AI 대답은 달라진다. 같은 AI라도 질문을 더 정교하게 던지면 풍부한 답을 주지만, 단순하고 모호한 질문을 던지면 피상적인 답을 반복하면서 거짓도 포함하게 된다.
이는 소트라테스의 '문답법'과 비슷하다. 소크라테스는 질문을 통해 상대의 무지를 드러내고 사고를 더 깊이 확장시켰다. AI와 대화도 그렇지 않을까? 우리는 질문을 통해 AI가 가진 거대한 지식이라는 공간을 탐험한다. 따라서, AI에 대한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대상을 깊이 생각하고 판단하게 하도록 하는 설계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마킹 문장에서는 질문이 태도를 다듬어 준다고 말했다. 속에서 맴돌던 질문에 대한 의미를 밖으로 잘 꺼낸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질문은 단순히 정보를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태도를 반영한 행위이다.
AI와 대화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이 문제의 답을 알려줘"라는 질문은 단순하고 기계적인 응답만을 요구한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가능성을 고려해야 할까?"라는 질문은 AI와 생각의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같은 대상에게 질문하더라도 태도에 따라 대화의 깊이가 달라지는 것을 경험을 통해 우리는 알고 있다.
이것은 대인관계에서도 동일하다. 식사 전 무심하게 "뭐 먹을래"라고 물어보는 것과, 상대를 배려하며 "오늘 당신이 기분 좋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뭐라고 생각해"라고 묻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다. 결국은 질문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AI 프롬프트 작성, 역시 우리가 어떤 태도로 질문을 통해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질문을 인문학적 관점으로 보면 지식을 얻기 위한 수단을 넘어, 자기 성찰을 가능하게 한다. 왜냐하면 질문은 나와 다른 이를 연결하는 통로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은 오랜 인간사의 철학의 핵심을 이끌어 왔다. 문학은 질문을 형상화한다. 소설 속 인물들은 질문을 통해 갈등과 성장의 시나리오를 만들며 독자는 그 질문에 감정적으로 참여하고 상상한다. 역사는 질문의 연속이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가?"라는 질문이 없다면 역사는 단순한 옛날이야기로 그칠 것이다.
AI시대에도 질문의 인문학적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다. AI는 철철 넘치도록 방대한 정보를 즉각적으로 제공하지만, 무엇을 묻느냐느 여전히 우리의 몫이다. 질문을 통해 우리는 AI와 대화로 지식을 탐구하고, 동시에 자신을 깊이 살피고 돌이켜 볼 수 있다.
소크라테스가 그 옛날 광장에서 사람에게 질문을 던졌듯, 우리는 지금 디지털이라는 가상공간의 AI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프롬프트는 단순한 기술적 입력이 아니라 질문의 디지털화로 변화되어 표현되는 것이다. AI에게 "미래 기술의 핵심 기술을 설명해 달라"라고 묻는 것은 지식의 요청이지만,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는 미래를 어떻게 상상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하는 것은 단순한 정보를 넘어 인문학적인 상상력을 불러 낸다.
프롬프트는 우리가 AI와 맺는 관계의 깊이를 결정한다. 겉으로 나타나 보이는 현상 위주의 질문을 던진다면 피상적인 대답을 낳고 깊이 있는 질문은 더욱더 넓고 깊은 사고를 하게 된다. 결국 AI와 대화에서도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나의 수준을 드러내는 것이다.
AI 시대에 프롬프트를 통해 단순히 답을 얻는 방법이 아니라 질문하는 법, 즉 좋은 프롬프트를 만드는 능력도 요구한다. 이것이야 말로 대화의 본질을 살리고, AI와 인간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길이 된다.
즉, AI시대의 질문은 이제 인간이 사유하고 상상하는 힘을 더욱 풍부하게 확장하는 도구가 될 것이다. 우리가 던지는 질문 하나하나가 결국 우리의 태도를 결정하고, 대화의 깊이를 보여주고, 나아가 미래의 인간과 AI관계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
AI와 대화에서든, 사람과의 대화에서든 우리는 늘 되물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