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일상, 선명하게 느끼고 살아가기
< 그림: ChatGPT >
마킹 문장: 남들과 같은 세상을 살지만, 더 선명하게 경험하고, 풍부하게 음미하는 삶
마킹 문장 책 작가: 유병욱
마킹 문장 책 제목: 인생의 해상도
무언인가 흐릿한 나의 일상
우리는 비슷한 세상을 살아간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고, 직장에서 일하고, 집에 돌아와 가족과 잠시 대화하고, 그러다 스마트폰 불빛을 끄며 잠든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살아갈까? 크게 차이가 있을까? 결국 다 똑같은 인생이지 않을까?. 그런데 또 누군가는 말한다. "인생을 선명하게 살아야 한다."라고... 참 그럴싸한 말이다. 예를 들어, 음식을 먹고 커피 마시면서도 더 분명하게 느끼고, 더 깊게 음미하라는. 이게 무슨 소용인가? 아니면, 혹시 나만 그런 걸 모른 채, 흐릿한 화면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똑같은 일상, 그러나 다른 체감
1. 요즘 친한 동료와 함께 점심시간에 주변 거리를 걸으며 가로수를 보며 동료는 "요즘 나무 색이 고와진다고"라고 말을 자주 한다. 나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빼곡히 들어선 높은 빌딩과 많은 사람, 가끔씩 들리는 차 소리가 가득한데 무슨 풍경 타령인가 싶다. 그런데 동료는 그 빛깔이 하루를 생각하게 하고 다시금 가다듬게 한다고 말한다. 같은 세상, 같은 풍경인데 왜 나는 그걸 못 보나. 아마 내 시선이 무뎌진 탓일까. 아니면 애써 외면하는 걸까.
생각 없이 보내는 게 더 편해서.
사실 따지고 보면, 무심하게 흘려보내는 게 훨씬 편해서인지 모른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일일이 감탄하고 의미를 부여한다면, 오히려 피곤하지 않을까? 직장에서 억지 미소를 짓고, 사람들 앞에서 좋은 사람처럼 보이려 애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지친다. 차라리 무덤덤하게 지나가는 게 낫다. 그렇게 살면, 적어도 "왜 나는 남들처럼 못 살까"라는 자책은 덜하지 않겠는가.
또렷한 순간이 오래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생각하게 된다. 오래 기억되는 순간은 언제나 몸과 머릿속에 각인된 경험이라는 것을. 첫 월급으로 부모님께 사드린 선물, 어린 아들들을 무릎 비행기를 태워주기, 아내와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 이런 순간들은 무심하게 흘려보낸 일상과 달리, 지금도 뚜렷하다. 결국 선명하게 산다는 건 특별한 무언가가 아니라, 내가 순간을 얼마나 집중하느냐 마느냐의 차이가 아닐까
어떤 나이 든 은퇴자가 젊은 시절엔 늘 "일이 우선"이라며 가족 여행을 미루고 은퇴 후 뒤늦게 가족사진 앨범을 정리하다가, 그 공백이 너무 크다는 걸 깨달았다는 이야기.
그에 비해, 30년 가까이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일기를 써왔고 그 일기장에는 자잘한 일상, 소소한 기쁨, 순간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대화하는 기분"이라며, 삶이 두 배로 풍성해졌다는 이야기.
이렇게 같은 세대를 살아도, 누군가는 무심히 지나쳐 버리고, 또 누군가는 또렷하게 기록하며 산다.
과연 나는
돌이켜 보면, 나는 늘 "가족과 함께 잘 살고 있다"라고 말은 하지만, 퇴근 후 집에서 휴대폰만 들여다보며 대화 몇 마디 나누는 게 함께 사는 걸까? 어쩌면 나는, 지금 이 순간 무언가를 놓치면서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결국 북마크의 문장처럼 해상도 높게 산다는 건 거창한 철학이나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아주 작은 선택의 문제로 보인다. 점심시간에 하늘을 올려다볼 것인가,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볼 것인가. 선택은 늘 내 손에 달려 있다.
지금 지키기 어려운 약속을 한 게 된다. 내가 나를 지켜볼 수 있게 또는 남이 나를 알아볼 수 있게 선명하게 살아가려는 노력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남들이 보기엔 별 의미 없는 일이라 해도, 내 삶을 조금 더 또렷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떳떳하고 명랑하고 밝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해상도 높은 삶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