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트윈 시대, MBD 기반 Digital Thread
디지털 트윈이 활성화되면서 3D Data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 디지털 스레드 관점에서 MBD(Model Based Definition) 방법론이 강조되고 있다.
MBD는 단순한 3D 모델이 아니다. 그것은 도면 위의 선을 넘어, 제품의 모든 의미를 하나의 디지털 모델에 담는 새로운 언어다. 치수, 공차, 재질, 표면처리 등 설계자가 머릿속에 떠올린 모든 제조 정보를 3D 안에 집약한다. 마치 설계자가가 설계도를 넘어 설비의 움직임까지 설계하듯, MBD는 대상의 ‘의도’를 데이터로 번역한다.
그렇다면 왜 지금 MBD인가. 이유로는 제품이 복잡해지고, ESG와 글로벌 규제, 지속가능성 요구가 제조의 전면에 등장하면서, 공정을 설명하는 언어인 BOP(Bill of Process)가 디지털화 수준이 더 높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MBD는 그 언어를 데이터로 바꾸고, AI는 그 데이터를 읽어 사고하는 단계로 이끈다.
AI가 MBD 기반 데이터를 학습하면, BOP는 단순한 절차서가 아니라 ‘지능형 협업체’로 진화한다. AI는 설계 데이터를 자동으로 분석해 유사 공정을 찾아내고, 최적의 공정 순서를 제안한다. 공정 시뮬레이션을 통해 병목을 감지하고, 센서 데이터로부터 품질 리스크를 예측한다. 과거의 숙련자가 경험으로 하던 판단을, AI는 데이터 기반으로 반복적으로 수행한다. 이때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스마트 어시스턴트’로서 제조 현장의 언어를 이해하는 동료가 된다.
예를 들어보자. 자동화 조립라인의 설비가 MBD로 설계되었다고 가정하자. 설계 단계에서 AI는 유사 설비 데이터를 비교하며 구조적 위험을 식별하고, 조립성을 높이기 위한 형상 변경을 제안한다. 개발 단계에서는 EBOM에서 MBOM을 자동으로 변환하고, 공정 흐름을 구성한다. 제작 단계에서는 실제 센서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절삭속도를 조정하고, 설치 단계에서는 디지털 트윈을 통해 설치 오차를 실시간으로 보정한다. 가동 이후에는 AI가 설비 부하와 품질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정을 스스로 업데이트하며, 유지보수 단계에서는 축적된 데이터를 학습해 차세대 설비의 공정 순서를 예측한다. 즉, BOP가 ‘살아 있는 시스템’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MBD와 AI는 ‘사람이 기계에게 명령하는 시대’에서 ‘사람과 기계가 서로의 언어를 배우는 시대’로의 전환을 상징한다. 과거의 제조가 효율을 위해 인간을 기계화했다면, 지금의 제조는 데이터를 통해 인간의 의도를 기계가 이해하도록 만든다. 기술은 인간의 창의성을 보조하고, 인간은 기술의 통찰을 해석한다. 그것은 곧 기술과 인간의 대화다.
MBD 기반 AI BOP 체계는 단순한 디지털화가 아니라, ‘지능의 순환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설계에서 생산, 유지보수까지 연결된 디지털 스레드 속에서 데이터는 끊임없이 학습되고, 공정은 스스로 진화한다. 기업은 이를 통해 품질·비용·납기·지속가능성의 균형을 유지하며, 제조 경쟁력의 본질을 ‘속도’가 아닌 ‘지성’으로 전환한다.
결국, BOP는 단순한 공정 정의서가 아닌 인공지능이 읽는 새로운 제조 언어다. 그리고 그 언어를 해독할 수 있는 기업만이, 디지털 트윈 시대의 진정한 주역이 될 것이다.
AI와 MBD가 만든 이 새로운 규칙 속에서, 제조는 다시 ‘생각하는 기술(Thinking Technology)’로 돌아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