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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결 쓰기

계절이 바뀔 때마다 찾아오는 변화

몸과 마음이 가을을 반긴다.

by 혜윰사
ChatGPT Image 2025년 11월 5일 오후 07_58_29.png

11월에 들어와서 아침 공기가 더 차가워짐을 느낀다. 나는 계절이 바뀌었다는 걸 제일 먼저 몸으로 알아차린다. 봄에서 여름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그리고 다시 겨울로 넘어갈 때마다 어김없이 종소리가 울리듯 몸과 마음에 무엇인가 전달되고 반응한다.

가령, 환절기만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몸살. 늘 그렇듯 "이번엔 괜찮겠지" 싶다가도 어느 순간 몸이 찌뿌둥해지고 허리가 묵직하게 아파온다. 요즘 들어선 “나이 탓인가” 싶다가도, 계절이 바뀌면서 몸이 맞춰나가려고 하는구나 하며 흘려보내기도 한다.

잠자는 시간도 바뀐다. 한여름엔 뜨거움이 식지 않은 새벽 햇살에 눈이 일찍 떠지고, 겨울엔 발가락부터 꼼지락 거리면서 이불속에서 나오기가 힘들다. 특히 가을이 되면 밤공기가 선선해서 그런지 잠이 들기 전 괜스레 책을 한 장 더 넘기게 된다.

피부도 계절을 타는 건 어쩔 수 없다. 여름엔 땀으로 번들거려 짜증이 밀려오게 하고, 가을만 되면 얼굴이 땅기면서 화장품을 더 찾게 된다. 그리고, 가려움이 올라오면 “아, 가을이 왔구나” 싶다. 그래서, 깊숙이 넣어져 있던 보습제를 꺼내고 덕지덕지 바른다. 더불어, 머리카락도 계절이 바뀌면 이상하게 힘이 없고 푸석해지니까 말이다.

운동 시간도 계절 따라 바뀐다. 한여름엔 해가 질 무렵, 겨울엔 해뜨기 전, 그리고 가을엔 저녁노을이 질 때가 가장 좋다. 뜨겁지도 그렇다고 차갑지도 않은 가벼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하늘이 유난히 높아 보이는 그 순간은 가을이 내 몸에 꼭 맞는 계절임을 더 느끼게 된다.

산책 장소도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여름엔 그늘 많은 공원, 겨울엔 바람 덜 부는 골목길, 그리고 가을엔 집 앞 낙엽이 쌓인 산책로가 좋다.
그 길을 걷다 보면 발끝에 바스스하며 부서지는 낙엽 소리가 가슴 한 구석의 막힘을 풀어주는 듯하다.

출퇴근길마저 계절이 바뀌면 풍경이 달라진다. 여름엔 땀에 쫓기듯 걷던 길이, 가을엔 가볍고 여유롭게 걸을 수 있는 길로 변한다. 울긋불긋 단풍을 보면 단순하게 보았던 그 어떤 것도 다채롭게 보인다.

나는 네 계절 중에서도 가을을 제일 좋아한다. 어디로든 걷고 싶어지고, 생각이 깊어지고, 마음이 차분했는데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다”라고 말해주는 계절이다. 몸, 마음도, 하루의 속도도 천천히 잠시 쉬어가라고.

오늘도 삶의 동반자와 함께 낙엽 밟는 소리를 들으며, 걷는다. 매번 바뀌는 계절을 대하느라 힘든 부문이 있지만 이 변화라도 없으면 살밍 더 재미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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