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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가치관을 만들자
- 노트 카페

#issue 9. 차별화의 획일화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습니다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세계가 변화하는 와중에 인감지능즉 인간의 감각적인 지능을 더욱 중시하는 브랜드자연과 생물의 모습에서 섭리를 깨닫고 자신들의 가치관을 바로잡는 브랜드바로 무인양품 無印良品입니다.



   사실 상품에 가치관을 담는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쉽사리 짐작하긴 어렵습니다본디 상품이라는 것은 사용자가 쓸 때 제 기능을 발휘하면 그로써 충분하기 때문입니다물론 디자인까지 수려하면 더할 나위 없습니다즉 눈에 보이는 유형의 산물만이 상품의 가치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무인양품이 제안하는 가치관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궁극적으로 그들이 추구하는 바는 눈에 보이지 않는즉 무형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따라서 굳이 그런 것까지 알고 제품을 사용할 필요가 있을지역시 쉽게 수긍하기란 쉽지 않습니다위화감마저 드는 게 보통입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들의 가치관을 오해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한 가지 예를 들겠습니다무인양품의 그릇이 있습니다그들은 그릇을 디자인할 때 단순히 수려한 모양이나 양을 담아내는 그릇의 기능만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들은 그릇 그 자체의 쓰임을 위해서 먼저 비움을 생각합니다이는 흙을 빚어 그릇으로 삼기 위해선 흙을 비워내야 한다는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구절 연식이위기 당기무 유기지용埏埴以爲器  當其無  有器之用, 흙을 빚어 그릇으로 삼기 위해선 흙을 비워내야 한다 을 기반으로 그릇을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그들은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사실을 이치로 삼고 있습니다따라서 그릇을 화려한 디자인으로 포장하지 않습니다멋진 미사여구로 설명하지 않습니다그릇이 지니고 있는 기본의 모습을 그 어떤 것보다 으뜸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 대신 일상생활에서 사용자의 움직임을 변하게 만드는 힘즉 자신들의 가치관을 이해하게 만들 수 있는 배경에 힘을 주고 있습니다상품의 배경에 담긴 가치관을 사용자의 생활 속에 고스란히 담아 스스로 취향을 가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어쩌면 무인양품의 이러한 제안은 상품만을 판매하는 것에 목적이 있지 않습니다문화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바로 문화입니다무인양품은 상품을 판매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문화를 제안합니다상품을 통한 활기찬 생활의 이미지다채로운 변화를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조금 더 깊이 바라보고 있습니다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오늘보다 내일 조금 더 희망찬 삶으로 이끌 수 있는 기회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무인양품은 사용자를 소비자로 바라보지 않습니다함께 살아가는 생활자로 규정합니다개개인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생각을 바람직하게 변화시키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바로 그것이 무인양품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감화력인 것입니다.




경쟁이 없는 카페, 아홉 번째 이야기입니다.     




   브랜드 콘셉트 기획을 업으로 하다보니 식당이나 카페 등을 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납니다상담을 하다 보면 주로 이야기를 듣는 입장인데요대화의 말미에선 뭔가 답을 줘야 하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은 아닙니다제가 이야기하는 것이 틀리진 않더라도 정답도 아니기 때문입니다여하튼 마침표를 찍고 나면 매번 같은 의문에 사로잡힙니다창업을 하고자 결심한 그들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데서 오는 의문입니다.



    가령 김밥집을 열고자 하는 이가 있다고 합시다이들은 건강식 김밥에 주목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재료는 저염식이나 유기농으로 준비하고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멘트도 올바른’, ‘자연에서 온’, ‘웰빙푸드’ 등으로 맞추게 됩니다매장 인테리어도 깨끗한 이미지를 고수하게 되지요.



   어디 그뿐일까요가게의 상호도 어딘가 모르게 건강한 내용을 담아야 합니다제품과 가게의 상호가 미스매치되길 원하진 않습니다동시에 세련되거나 멋진 단어들이어야 합니다가게의 모든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는 심볼 디자인도 그에 맞춰 진행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김밥과 함께 판매하는 음료에도 건강한 이미지를 빼놓을 수는 없겠지요탄산음료 등은 판매하지 않겠다는 기준을 설정하고 그 대신 직접 과일청을 담아 에이드를 만들려 생각합니다그러면 건강한 이미지를 만드는 데 한몫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한마디로 건강에 특화된 김밥 전문점을 만들고자 하는 혼신의 노력을 다하게 되는 것입니다.



   설령 다른 곳에서 이미 건강식 김밥을 판매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필시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으니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집니다그들과는 조금 다르거나 아예 색다른 메뉴를 출시할 수 있다면 더욱 차별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지요.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의 차별화는 대개 그보다 더 나아가질 못합니다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하고 동시에 다양한 메뉴를 갖추고 있어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들뜨지만 그 선택이 결국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은 예상하지 못합니다그래서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획일화되어 버린 상황에서 대안을 찾을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모든 것이 완벽하게 들어맞아 가고 있고 자기에게 가장 잘 맞는 콘셉트를 발견했다고 믿지만 그들의 상상력은 다른 이들과 결국 다르지 않습니다.



   건강식 김밥의 예에서 건강이란 무형의 산물이자 비금전적 가치입니다건강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시작은 훌륭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하지만 그 훌륭함이 결국 금전적인 가치로만 치우칩니다왜 건강해야 하는지왜 건강한 김밥을 먹고 사람들이 건강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은 주목하고 있지 않습니다아예 색다른 메뉴를 출시하고 탄산음료는 판매하지 않겠다는 기준은 그저 제품에만 초점을 맞춰 차별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입니다결국 막다른 길로 스스로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밖엔 볼 수 없습니다스스로 운신의 폭을 줄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바로 그 점에서 무인양품이 이야기하고 있는 가치관에 주목해야 하는 것입니다.  무인양품은 기능적인 가치를 중점에 두지 않습니다그들은 오직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조금 더 바람직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지혜의 척도를 제안하고 있습니다마침내 무인양품의 가치관에 의해 사용자의 생활이 바람직하게 변모되는 순간그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감화력이 빛을 발휘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마 이곳기타노 텐만구 지역에 위치한 노트카페 KNOT CAFE를 방문하신다면 필시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일본식 계란말이를 넣어 하루에 100개 이상 팔린다는 샌드위치를 보면서 이야이걸 가지고 한국에서 판매하면 대박이 날 거야라고 말이죠혹자는 팥과 버터를 담은 샌드위치를 보고는 앙버터는 이미 한국에 있으니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겠어라고도 생각하실 겁니다.



   하지만 두 종의 샌드위치에 사용되는 번스 buns는 실상 자신들이 직접 만든 것이 아니라 교토에서도 유명한 베이커리숍인 르 쁘띠 맥 Le Petit Mec에서 만든 것입니다이 점을 알게 된다면 별 볼 일 없는 카페로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계란말이도 다시마키 전문점에 특별 주문하고초콜릿도 업체에서 받아서 판매하며브라우니 역시 온전히 자기들이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커피 또한 미국 뉴욕에 있는 카페 그럼피 Cafe Grumpy서 받아쓰니 그들만의 차별화를 벤치마킹하고 싶은 생각은 어느새 저만치 멀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이 왜 연결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영어 단어 KNOT를 카페의 상호로 썼는지 생각하는 이는 드뭅니다그들이 다른 가게의 상품을 엮어 새로운 상품을 만들고 이를 통해 찾아오는 사람들을 엮는 것은 생각하지 않습니다교토의 오래된 전통을 오늘날 다시 살려내어 미래에도 여전히 존재할 수 있는 가치로 만들고궁극적으로는 공간과 공간을 엮고 있음은 보지 못합니다모두들 제품만 보고 콘셉트를 정하고 맙니다그러니 판매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물론 그런 관점으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습니다비즈니스라는 것이 시작해보지 않고선 만들어갈 수 없는 것이기에 일단 하고 보자는 식으로 움직이는 태도를 오해하진 않습니다하지만 그것을 성공이라 볼 수 있을까 생각한다면 역시 저는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없습니다그런 연유로 일단 하고 보자는 식으로 움직이는 것도 이해할 순 없습니다.



   우선은 왜 자신이 이렇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이렇게 만듦으로써 어떤 변화가 있을지를 고민해보시길 바랍니다내가 만든 것이 그 골목과 그 골목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감화력을 줄 수 있을지를 먼저 깨우치셨으면 합니다조금 더 높은 뜻을 세워 응축하고 숙성시켜 무인양품의 그것처럼 합리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가치관을 마련해보시길 권합니다.



    어쨌든 참 얄미운 일본국의 시민들입니다저 샌드위치 하나로도 저렇게 멋진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구나 생각하면 밉다가도 못내 부러워집니다.


큐앤컴퍼니 대표 파트너, 김 도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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