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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스타일 -
하나푸사 커피점

#Issue 7. 단점을 극복하여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자 





   몇 년 전의 일이었습니다지인의 동료가 식당을 개업해 함께 들른 적이 있었습니다오래된 한옥을 개량한 퓨전 식당이었습니다.



   가게의 안으로 들어가 인사를 하곤 구석구석을 살피다 메뉴판을 보았습니다라이스 페퍼롤과 스파게티제육볶음과 불고기 정식사모사와 라씨 등 여러 나라의 음식들이 한데 어우러져 제공되었습니다퓨전의 본디 사전적 의미답게 이질적인 것들의 조화로움이 또렷했습니다.



   사장님이 다가오더니 제게 음식을 통한 세계 여행이 콘셉트라고 말씀하였습니다아무래도 메뉴판을 보고 있는 제게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알려주고 싶었던 모양입니다그는 또한 앞으로도 다양한 세계 음식을 우리의 정서에 맞게 변형하여 제공하겠다는 포부도 밝혔습니다



   저는 다소 입지가 좋지 않다는 의견을 드렸습니다이내 수긍하시는 듯 고개를 끄덕였습니다허나 주변에 대학병원이 있고 회사가 많아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피력하였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한옥을 개량한 가게가 인기라면서 한옥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구전효과를 누릴 수 있는 한편 해당 상권의 발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거시적인 견지까지 지니고 있었습니다그는 말미에 가게를 창업하면서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하여 공부를 했노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그 후반년이 지났습니다어느 날 문득 그 가게가 생각이 났습니다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가게가 잘되고 있는지를 물었습니다이내 영업이 잘되지 않아 문을 닫을 예정이란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가게의 사장님은 과한 식당 일로 몇 차례 병원 신세를 졌다고도 했습니다쉽사리 사정을 짐작하긴 어려웠습니다만 가게가 생각 외로 잘되지 않아 스트레스도 받은 모양이었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특히 전에 많은 공부를 했다는 말씀을 들어서 내심 기대도 했던 터였습니다시간의 깊이가 더해졌을 때 그의 공부는 마치 튼튼한 집을 짓듯 그가 원하는 모습을 지어내리라 생각했기에 피치 못할 사정으로 영업이 잠시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은 더욱 안타깝게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그의 공부가 왜 잠시 중단될 수밖에 없었는지도 고심해보았습니다그리고 어쩌면 그의 자신감이 도리어 고집이 되어 발목을 붙잡게 된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았습니다그저 자신의 콘셉트에 대한 자신감으로 다른 부분들에 대해선 회의해보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그가 공부를 통해 지식을 넓히고 자신감을 표현시키는 방법에 대해선 깨달았지만 지식을 통한 지혜의 함양나아가 세상을 달리 볼 수 있는 다양한 시선을 충분히 받아들이지 못한 것은 아닌지확신의 함정즉 자신을 너무 믿은 나머지 타인들의 이야기를 배제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았습니다     




경쟁이 없는 카페, 일곱 번째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으로 공부란 자신의 스타일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살아가면서 터득한 취향에 따라 자기 변화의 만족을 추구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고유한 특징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따라서 가게를 창업하는 것도 자신의 스타일을 도입하기 위한 실천 과정의 일환입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우리의 창업은 치장과 가식 사이에서 기웃거리고 있습니다좋은 스타일은 돈으로 살 수 있다고 믿습니다가령 커피숍을 창업한다고 가정하면 커피숍의 모든 부분에 대한 공부는 소홀히 합니다그 대신 좋은 품질의 커피를 쓰고 좋은 기계를 사용하고 화려한 인테리어를 하면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스타일 있는 커피숍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훌륭한 공부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이를 배양하여 다음으로 물려주는 것입니다우리가 멋진 사람을 부러워하는 까닭은 그가 결코 좋은 옷을 입어서가 아닙니다그의 독특한 특징이 멋지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살아오면서 해오던 공부의 필모그래피가 진면목을 드러내게 만드는 것입니다따라서 우리의 창업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과정에서 시작해야 합니다이를 위해 우리는 다양한 변수에 반응할 수 있는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집을 짓듯 생각을 짓고 자신을 책임지는 자세로 항상 긴장을 유지하면서 창업에 임해야 합니다좋은 스타일만 생각하며 자신의 생각을 한 곳으로 몰아넣으면 안 됩니다.



   때론 고집스러움도 중요하지만 항상 회의하는 관점에서 고집이나 단점도 과감히 버릴 줄 알아야 합니다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자신만의 스타일즉 고유의 특징을 완성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여기다소 오래되었지만 들어가는 순간 입가에 미소를 머금을 수 있는 카페가 한 곳 있습니다. 1955년에 개업한 하나푸사 HANAFUSA 커피점은 교토의 양대 사찰인 은각사 인근에 하나푸사 이스트 EAST점을,  금각사를 가는 길목에는 하나푸사 노스 NORTH점을 각각 열고 있습니다하나푸사 이스트점은 창업주의 아들이 유지하고 있고 하나푸사 노스점은 창업주의 손자가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처음 찾아갔을 무렵 손님이 너무 없어 걱정이 앞서기도 했습니다물론 아침 일찍 방문해서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상점은 공원과 달리 손님이 없으면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955년부터 지금까지 60여 년을 이어오고 있는 것을 보면 이는 기우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이후 매번 교토에 갈 때마다 방문하지만 여전히 커피숍의 문은 열려 있으니 앞으론 더 걱정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한편 하나푸사 커피점은 교토에서 가장 먼저 사이폰 커피를 시작한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간에 주문한 사이폰 커피를 한 잔 마시게 되면 그 의문 또한 이내 커피의 향과 함께 덩달아 소멸합니다



   최초의 사이폰 커피라는 수식어는 그 어떤 치장도 담겨 있지 않아 무색한 기운마저 자아냅니다그저 교토라는 도시가 제공해주는 커피숍에 감사함을 표하고 오랜 시간자신만의 스타일로 커피를 만들어가는 분들께 경의를 표하면 그로써 충분한 셈입니다.



   여기 하나푸사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나만의 스타일을 개발하자는 의미를 오래된 커피숍에서 느끼면 좋겠습니다훗날 자신의 참된 모습까지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면 좋겠습니다.



   만약 치장과 가식 사이에서 깊은 회의감에 빠져 계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찾아가기 좋은 곳입니다이곳에서 조금 더 회의하고 고집을 버리며 타인의 시선으로 둘러보시길 바랍니다비록 보잘 것 없는 곳일 수 있지만 어쩌면 그런 생각 속에서 진정한 자신의 스타일을 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약간 우려스러운 점은 그들이 오랜 시간 동안 커피를 판매하고 있는 모습에서 일종의 위화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우리네 환경에서는 잘 접해보지 못했기에 당연합니다하지만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이곳에 당도하였다면 그 위화감마저도 아주 좋은 경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어쩌면 여러분들께서도 확신의 함정에 빠져 있었을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그리고 조금 이른 시간이든아주 늦은 시간이든 상관없습니다마침 하나푸사 커피점은 우리의 기대대로 조금 이른 아침부터 아주 늦은 밤까지 문을 열고 있습니다그러고 보니 저는 교토에서 맞는 이른 아침엔 늘 이곳으로 향한 것 같습니다사실 거창한 이유는 없습니다그저 그 이른 아침부터 문을 여는 곳은 교토에서도 몇 군데 없기 때문입니다그리고 이곳의 계란 샌드위치도 아주 맛있었습니다


큐앤컴퍼니 대표 파트너, 김 도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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