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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담은 커피 -
키쿠신 커피점

#Issue 6. 커피가 있는 풍경




   소설가 김훈은 자신의 에세이 라면을 끓이며에서 가게 이름이 촌스럽고 간판이 오래돼서 너덜거리고입구가 냄새에 찌들어 있는 식당의 음식은 대체로 먹을 만하다 면서 이런 느낌은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지만 대체로 어긋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가 언급한 소위 허름한 식당의 친밀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대게 이런 식당들은 한두 가지 메뉴만 취급합니다딸려 나오는 반찬들은 건강이나 영양을 고려하지 않습니다분홍빛 어육 소시지나 조미료 냄새 가득한 조미오징어 무침 등 식욕의 해결이라는 사명감으로 중무장한 밥도둑들이 대부분입니다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맛을 자랑합니다.



   비위가 약한 분들은 오랜 세월의 흔적을 비껴가지 못한 주방을 지저분하다고 느껴 식욕이 감퇴한다며 꺼릴 수도 있습니다허나 저는 주방 안 식당 이모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보면 활기만큼이나 군침이 돕니다게다가 인심이 후한 것은 덤시나브로 포만감은 화룡점정으로 치닫게 됩니다.



   커피도 이처럼 허름한 곳에서 친밀감을 느끼며 느긋하게 마시고 싶지만 애석하게도 이런 곳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물론 시골에 남아 있는 다방을 찾아 설탕 둘크림 둘을 외치면서 소위 다방커피를 마실 수도 있겠지만 어르신들의 전유물이 된 터라 쉽사리 발걸음을 옮기기도 어렵습니다.



   그러고 보면 요즘 커피숍은 확실히 멋지고 화려한 모습에만 치중하고 있습니다최첨단을 달리는 감각적인 인테리어로 화려함을 뽐내고 있고 멋진 장비들로 가득차 있습니다대중적인 관심이 고조되자 너도나도 더 새롭고 더 화려한 테크닉을 선보이고자 하는 업계의 노력도 분주합니다.



   결국 스스로 차이를 만들지 못하며 발목을 잡히는 결정적 위험으로 이어집니다더군다나 이러한 행태가 마치 커피숍의 전부인 것처럼 되어 커피의 본질마저 잃어버리게 됩니다커피는 그저 커피숍을 운영하기 위한 부가가치 창출의 용도로 인식됩니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른 뒤에야 허름한 커피숍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허나 지금의 흐름이라면 언제나 매번 새로운 커피숍만이 나타날 것입니다오래되어 허름해지면 이내 다시 새로운 커피숍이 그곳을 채울 테니까요.


   

경쟁이 없는 카페, 여섯 번째 이야기입니다.     




   우리의 도시는 언제나 옛것과 새것이 공존하고 있습니다옛것은 시간이 지나 퇴색되어 새것으로 대체됩니다때론 새것이 옛것을 받아들여 도시의 풍속을 꾸며내기도 합니다상호보완적인 관계가 지속되면서 도시는 발전을 거듭합니다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출 수 있도록 만드는 다양한 풍경이 늘어갑니다이런 풍경이 사람들에게 친밀감을 느끼게 도와줍니다그리고 각자의 공간을 설명하는 잣대가 되어 또 다른 사람을 이끌어 줍니다.



   이미 한국에서도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아라비카 교토 히가시야마점 인근 미나미마치 minami machi 인근에는 국화 속 커피라는 뜻을 지닌 키쿠신 커피 Kikushin Coffee 가 있습니다.



   교토 이마데가와역 Imadegawa Station인근의 토겐쿄 카페 珈琲 逃現郷 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새로이 창업한 이곳은 두 평 남짓한 공간입니다커피바 맞은편엔 화장실이 자리 잡고 있고 출입구 쪽엔 작은 테이블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커피바에는 사이폰 한 대가 설치되어 있습니다작은 가스레인지에는 각각 카레와 물을 끓이는 스테인리스 냄비와 주전자가 놓여 있습니다벽에는 온수기가 하나토스트를 만들 때 쓰는 작은 오븐 하나가 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아 그 인심의 후함을 온전히 체험할 순 없습니다하지만 주문 이후커피를 정성스레 내리고 식빵을 곱게 구워내는 주인의 모습을 보면 안심이 됩니다오래된 건물의 허름함은 이내 처음의 어색함을 덜어내고 그 비워진 만큼이나 친밀감을 채워줍니다작은 스피커에서는 카세트테이프로 튼 음악이 흐릅니다눈을 감으면 내 방에 앉아 있는 기분입니다.



   비로소 내 앞에 놓인 커피의 온기를 느끼면 사람의 향긋한 냄새가 함께 몸에 배입니다아이러니하지만 매번 원하던 그 허름한 카페를 이국에서 만납니다



   그곳엔 멋진 장비는 없습니다소수만이 알고 있는 커피 관련 도구도 없습니다멋진 모습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조그만 세계의 풍경입니다.



   그의 공간의 커피를 판매하는 공간이 아닙니다자신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개념입니다살아가면서 채우고 또한 비우는 과정에서 손길이 살아있는 공간을 만들고 있습니다시간이 지나면 그의 공간은 마침내 커뮤니티가 되어 여러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는 여유로움을 제공할 것입니다저는 언제나 이런 공간들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큐앤컴퍼니 대표 파트너, 김 도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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