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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커피를 내려주는 사람 -
커피 팟치

#Issue 5. 맛있는 커피를 내려주는 사람




   2016년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발행한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조사에 따르면 국민이 1주일 동안 커피를 마시는 횟수는 1인당 약 12회로 쌀밥(7)은 물론 배추김치(11.8)를 넘어서 가장 자주 소비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한편 국제커피기구 ICO의 세계 커피 소비량 조사 결과에서는 한국의 커피 생두 수입량은 60킬로그램 짜리 포대 기준 약 216만 개로 나타났습니다. 1위인 유럽연합, 2위 미국, 3위 일본 등에 이어 7위에 올랐습니다아시아에서는 일본 다음으로 많은 커피를 소비하는 국가입니다어쩌면 주식인 쌀밥보다 더 많이 먹는 음식이 커피라는 사실은 이로써 충분히 입증한 셈이 아닐까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커피숍은 어느새 우후죽순 생겨나 우리가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거리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목 좋은 곳엔 어김없이 커피숍이 들어서 있습니다심지어 후미진 골목 어귀에서도 커피숍을 만날 수 있습니다.     




경쟁이 없는 카페, 다섯 번째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으론 오늘날의 원두커피로 대변되는 한국 커피시장은 1999년 스타벅스가 이화여대 앞에 최초로 매장을 개업하면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이를 기점으로 국내에서도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빠른 속도로 시장에 출현하였습니다.



   이후 디지털 기술의 발전서양식 문화의 빠른 도입과 확산그리고 소비자 개인의 질적 성장 등에 따라 커피는 하나의 기호식품이면서 그 자체로 문화적 지위도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편 오랜 시간차는 존재하지만 미국 또한 국내와 같은 원인으로 커피 시장의 질적 변화가 있었습니다. 2002년 The Flame Keeper⟫ 매거진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렉킹 볼 커피 Wrecking Ball Coffee의 공동 창업자이자 로스터인 트리쉬 스케이Trish Skeie(,Trish Rothgeb)는 커피 제 3의 물결 The 3rd wave coffee이라는 용어를 처음 언급하면서 당시 미국 내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의 무분별한 성장에 우려를 표했습니다추출 방식과 마시는 방식 등을 다양화하고 과학적인 분석으로 커피의 맛을 전문화해야 한다고 밝힌 것입니다.



   커피 제 3의 물결은 이후 전 세계에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이후 국내에도 보급되어 여러 커피전문점을 통해 확산되었죠소비자들 또한 한 잔의 커피가 잔에 담기는 전 과정을 유심히 살펴보고커피 원두 특징에 따른 추출 방법 등을 달리하며 즐기게 되었습니다.



   판매자들은 고품질의 커피를 제공하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해외에 있는 커피 농장에 직접 나가 윤리적인 방식으로 구매하기도 하고 지역이나 품종별로 다양한 커피 생두를 구입하기도 합니다맛있는 커피를 위해서라면 필요한 비용을 기꺼이 지불할 의향을 지니고 있는 것이죠.



   이처럼 커피에 대한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새로운 기준들도 생겨나곤 있지만 커피를 마시는 소비자나 판매하는 판매자 모두 단순히 맛있는 커피의 흐름만 좇아서는 안 됩니다다시 말하자면 사회가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흐름에 동참하는 것만으론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도만들 수도 없다는 뜻입니다.

 

    

   커피에 대한 교육을 통해 커피 특성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거나 커피 맛을 감지하는 감각기관을 단련시키는 능력을 배양해도 결국 커피 그 자체를 즐기는 행위에서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없다면 역설적으로 맛있는 커피란 존재할 수 없겠지요아무리 맛있는 커피를 경험할 수 있다고 해도 정작 맛있는 커피를 내려주는 사람에 대한 호감이 전혀 없다면 그것을 또한 맛있는 커피라고 할 수 있을까요.



   커피 팟치 Coffee Perch는 바로 그런 관점에서 꼭 한 번 가봐야 할 곳입니다가게에 들어가면 가게 중앙에 커피바가 있습니다그 뒤론 몇 개의 아주 작은 테이블이 있습니다어디라도 좋으니 지친 발걸음을 달래기 위해 자리에 앉으시길 바랍니다아마 낯선 일본어로 된 메뉴판을 먼저 건네겠지만 잉글리시 메뉴 플리즈라고 콩글리시를 써도 친절하게 메뉴판을 교체하여 드릴 것입니다.     



   결심한 메뉴를 시키기 위해 눈빛을 교환하면 필시 여자 점원 한 분이 와서 주문을 받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열심히 주문받은 음식을 만들기 시작할 것입니다커피를 내리는 눈빛과 손길은 어딘가 모르게 커피의 온도처럼 따스합니다커피 이외의 음식을 만드는 모습은 정말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들뜨게 만듭니다.



   그곳이 스페셜티 커피를 쓴다는 보장은 없습니다또한 1등급의 계란이나 특상품의 우유로 음식을 만드는지도 알 길은 없습니다하지만 우리가 주문한 커피와 음식이 테이블에 당도할 무렵 느낄 수 있는 한 가지 사실은 이것이 정말 맛있는 커피와 음식이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추출되는 방법커피의 품질풍미나 향은 중요한 것이 아니게 되는 셈이죠그저 목을 축일 요량으로 커피를 마시고 허기를 달랠 요량으로 음식을 먹기만 하면 됩니다맛있는 커피를 내려주는 사람이 만들어주는 커피그것이면 충분할 테지요.


큐앤컴퍼니 대표 파트너, 김 도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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