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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기획자가 만난 교토 카페
by Qeemche Nov 30. 2017

경쟁이 없는 가게 - 다카기 커피점 다카쓰지 본점

#Issue 4. 무형의 만족을 제안하는 사람들




개인적으론 꼭 챙겨보는 TV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JTBC의 손석희 앵커가 방영하는 뉴스룸이 그 중 하나입니다. 특유의 촌철살인 멘트가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사회, 경제, 문화 등의 전반에 걸쳐 일어나는 이슈에 대한 그만의 깊은 통찰력을 닮고 싶은 마음에 생방송으로 보지 못했다면 페이스북을 통해 빠짐없이 챙겨 보기도 합니다.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작년 가을 무렵 '일본을 다시 보며'라는 제목으로 뉴스룸의 앵커 브리핑을 시작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는 한국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사과 편지를 보낼 생각이 있느냐는 물음에 일본 아베 총리가 내뱉었다는 말 '털 끝 만큼도 없다' -지난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 직후 아베총리는 다음 세대에 사죄하는 숙명을 지게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합의 외적인 내용에 대해서 털 끝만큼도 없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  에서 예전 쓰레기는 커녕 낙엽 한 장 눈에 띄지 않았던 일본의 길거리에서 느꼈던 부러움의 감정이 사실은 일종의 결벽증이 아니었나 반문하면서 약간의 섬뜩함마저 느꼈다고 자신의 감정을 풀어나갔습니다. 그러나 그대로 아베 총리의 말이나 일본의 정치적인 색깔을 비판하는 분위기로 이어질 것만 같았던 이야기는 도쿄 공업 대학의 명예교수인 오스미 요시노리(大隅 良典)가 지난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이야기로 전환되었습니다.



  

오스미 요시노리 (大隅 良典), 도쿄 공업대학 명예 교수

그는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가 인터뷰에서 밝혔던 '남들과 경쟁하기는 싫었다'는 고백, 그래서 자신은 인기 없는 분야에 외골수로 파고들 수 있었다는 이야기로 이어가면서 헤소마가리(へそ曲がり),즉 외골수의 기질이 통하는 일본 사회의 풍토가 아베의 오만한 역사인식, 정치인식을 '변형된 외골수'로 보여지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반문하는 한편 우리는 과연 남들과 경쟁하기 싫다는 이유만으로 '외골수의 기질'을 가져본 적이 있는지를 반추(反芻)하고 있었습니다. 어쨌든 이야기의 말미에서 그는 남들과 경쟁하기 싫어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는 한국의 어느 외국어 고등학교 여학생의 예로 들면서 지금 우리는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지를 확인해보자'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그만의 촌철살인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사실 이러한 외골수의 기질이 보여진 사례는 이번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2002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시마즈 제작소의 연구원인  다나카 고이치(田中 耕一)도 수상식 소감에서  '수상한 기술은 회사 내에서 실험 중 실수를 통해 발견한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수익과 관계 없는 연구임에도 밀어준 회사에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시마즈 제작소는 연구개발의 폭과 깊이에 있어 회사 차원에서 제한을 두지 않고 연구 주제 또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회사 경영이나 R&D의 결과는 저비용, 고효율로 승부하고 있지만 저비용을 만들어내기 위한 예산에는 한도가 없습니다. 즉 이를 위한 회사의 물심양면을 그대로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고 외골수의 정신이 곧 모노즈쿠리(ものづくり), 장인정신 - 물건을 뜻하는 ‘모노’와 만들기를 뜻하는 ‘즈쿠리’가 합쳐진 말로 ‘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뜻 - 으로 이어져 그들의 경쟁력이 되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 시대가 지니고 있는 문제의 흐름 (made by Q&COMPANY)


   그리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앞다퉈 나오는 오늘날, 남들보다 더 새롭고 더 훌륭한 것을 출시하는 한편 다양한 신종 판촉 기법과 마케팅 활동도 뒤쳐지지 않고 해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음에도 남들과 경쟁하기 싫어 인기 없는 분야에 집중했다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습니다.


깊어지는 순간의 가치는 언제나 중요하다

   어쩌면 남들과 경쟁하기 싫어 외골수가 되었다는 노년의 박사는 '도랑을 파서 논밭에 물을 대는 일'이 아니라 '보다 깊이 파서 우물을 만든 뒤 설령 비가 오지 않더라도 여분의 물을 확보하자'는 논리를 통해 꾸준히 자신의 업(業)을 이어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합니다.


   무형(無形)의 만족을 사람들에게 주기 위해 그저 유형(有形)의 상품이나 기술을 개발하면서 한방을 노리지 않는 자세로 오랜 시간 성실하게 답을 찾고 또한 그 답을 실현하면서 자신의 업적을 남긴 것은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반면 우리의 매장은 어떻습니까. 그저 판매를 늘리기 위해서 우리들은 최저가를 제공하거나 최대치의 헤택만을 제공하면서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비즈니스는 결국 고객이 사줘야 이뤄지는 것인데 온통 판매만을 생각하고 있으니 재고는 많아지고 또한 빚은 늘어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우리는 남들과 경쟁하기 싫어서 혹은 지금 당장의 이익을 위해서, 아니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서 남의 도랑까지 파서 우리의 논밭에 물을 대는 일에만 열중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젊은 기획자가 만난 교토 카페, 네 번째 이야기입니다.



본점의 정문 풍경. 시간이 깊어진 모습이 느껴진다.

 지금으로부터 약 41년 전인 1976년에 개점한 다카기 커피점(高木 咖琲店)은  교토 지역의 커피 프랜차이즈 전문점인 이노다커피 본점에서 함께 근무를 하던 다카니시(高西)와 카와베(川辺), 기타무라(北村) 씨(氏)가 공동의 사업을 진행하면서 시작된 곳입니다. 각자의 이름 앞글자를 따서 상호명을 지었다고 하니 과연 진짜 다카기 커피점이구나 생각하면서 피식 웃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로 치자면 김아무개와 박아무개, 그리고 이아무개 씨(氏)가 공동으로 창업하여 김박이 커피점이라고 한 것과 같으니 말이죠.



   하지만 이 곳, 특히 다카쓰지 거리에 있는 본점에서 커피와 음식을 드셔본 사람이라면 처음의 멋적은 웃음은 기쁨과 환희의 웃음으로 변해 앉아 있는 시간 내내 즐거울 것이 틀림 없을 겁니다. 외관의 구색과 가게 내부는 오랜 시간만큼 빛을 바래 보잘 것 없지만 주문과 동시에 만들어지는 음식들을 정성스럽게 내어오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5성급 호텔에서 서비스를 받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가게 내부를 점거하고 있는 노년의 신사와 숙녀들은 여유로이 신문이나 TV 를 보면서 유유자적하고 있고 이따금씩 보이는 젊은이들은 노트북을 켜고 헤드폰을 귀에 꽂은 채 일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비워진 물잔에 빠짐없이 물을 채워주는 직원들, 조그만한 소리에 고객이 놀랠까 싶어 아주 조심스럽게 씻어낸 컵과 식기들을 닦는 직원들. 계산을 마치고 나서는 고객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면서 오랫동안 대화를 하고 문 앞까지 배웅하는 직원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 곳은 과연 경쟁이란 것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자아냅니다. 어쩌면 이 곳은 그저 도시 안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이 판매자나 구매자의 지위를 떠나 함께 존재하는 생활자(生活者)로서 공간을 공유하고 있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사실상 새로움을 발견할 수 없고 판촉기법 또한 대단한 것이 없습니다. 메뉴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져 제공되고 있습니다. 아무리 시대적인 흐름상 한국과 일본의 그것이 다르게 변해왔다고 애써 자위해도 과거와 매한가지의 방식으로 오늘에 이르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선 일종의 경외심마저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들이 지금 우리의 거추장스럽게 변질되고 있는 서비스 환경들과 묘하게 오버랩이 되면서 우리의 넥스트 스테이지는 과연 어떠한 모습으로 변해갈 지 걱정과 함께 넥스트 스테이지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어떤 본질을 지니고 있어야 할 것인지 각오도 동시에 다지게 됩니다.


   여기 수십 년 동안 한 자리에서 등대처럼 빛을 밝히고 있는 이 곳에서 시간이 깊어지는 순간을 만끽하면 좋겠습니다. 경쟁을 하지 않는다는 말의 참된 의미를 우리 함께 일깨웠으면 합니다.


그저 해소마가리의 기질과 모노즈쿠리의 정신만이 이들을 이토록 오래 이끌어왔는것은 분명 아닐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경쟁력을 여기에서 정말로 우리가 함께.



Takagi Coffee, 高木珈琲店

ADD. Kyōto-fu, Kyōto-shi, Shimogyō-ku, Honeyachō (Takatsujidōri),

京都府京都市下京区高辻通室町東入骨屋町175

Tel:075-371-8478

OPEN 07:00 CLOSE 18:00 (不定休)



TIPS. 세계적으로 유명한 비즈니스 컨설턴트이자 서번트 리더쉽(Servant Leadership) 분야의 권위자, 우리에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의 작가로 잘 알려진 켄 블랜차드(ken Blanchard)의 저서 <배려를 파는 가게, Legendary Service> 에서는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비즈니스 컨설팅 회사 켄블랜차드 컴퍼니에서 고안한 전설적인 고객 서비스 훈련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는  전설적인 서비스란 '기업의 경쟁력이 되는 이상적인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고객들이 계속 찾아오게 하는 것' 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요, 이를 위해선 '서비스가 중요하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행동함으로써 매 순간 고객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부연하면서 이상적인 서비스에 대한 사전적인 정의도 동시에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핵심은 '배려'에 있다고 덧붙이고 있습니다.


사실 고객 서비스만큼 어려운 것도 없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유형의 상품을 판매하면서 무형의 만족을 낳는 일은 보기 보다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무형의 만족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보이지 않기에 가늠할 수도, 수치로 측정하여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 서비스는 가게의 운영을 위해 가장 필요한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사회 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실시간 접근과 노출이 가능해진 오늘날엔 고객이 가게의 부정행위를 한 번만 알려도 이를 접한 사람들의 일부가 다시 자신의 네트워크에 공유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됩니다. 숨기기는 커녕, 아예 가게 운영이 불가능하게 만들어버릴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한 것입니다.  


바로 그 점에서 캔 블랜차드가 전설적인 서비스가 되기 위한 이상적인 서비스의 핵심에 '배려'를 언급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합니다. 다양한 상품으로 소비자를 현혹시키기도 하고, 다양한 기능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기도 하지만 그 어느쪽으로도 치우침이 없이 소비자에게 올바른 선택을 제안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배려'를 가장 중요한 잣대로 세우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배려만이 제 효력을 발휘하는 궁극적인 마케팅이 아닐까 생각하면 다카기 커피점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는 이유도 새삼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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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기획을 업(業)으로 삼고 있습니다.
큐앤컴퍼니, 대표파트너 / 미스터네이처, 푸드 어드바이저 /
위더스 커피, 協同組合 마주 퍼실리테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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