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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에 대한 신념
- 카페 드 코라손

#Issue 2. 신념을 통해 촉감이 있는 메시지를 만들자 




스텀프타운, 인텔리젠시아 커피등과 함께 미국발(撥) *1)아티셔널 커피(Artisanal Coffee)를 이끌고 있는 한 축이자, 커피 업계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블루보틀 커피(Bluebottle Coffee)의 제임스 프리먼(James Freeman) 의장은 국내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이 실리콘밸리 등지에서 대규모 투자를 받은 비결로 ‘품질에 관한 완벽주의와 디테일’을 꼽고 있습니다.

*1) 아티셔널 커피, 혹은 아티산 커피는 직역하자면 '장인(匠人) 커피' 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흔히들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전념하거나 한 가지 기술을 전공하여 그 일에 정통한 사람'을 장인이라고 하는데요, 이는 커피 생두의 생산 단계부터 로스팅, 커피 추출등의 제조 단계를 거쳐 한 잔의 커피가 소비자 앞에 놓이게 되는 전 과정에 이르러 좋은 풍토와 숙련된 기술, 나아가  미의식(美意識)의 가치를 제안하는 것을 지칭하고 있습니다. 이는 와인업계에서 떼루와(Terroir)를 중시 여기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또한 최근에는 규모는 크지 않더라도 멋있고 개성적인 의류를 취급하는 점포를 일컫는 패션 용어인 부티크(Boutique)와 혼용되어 커피 부티크(Coffee Boutique), 부티크 커피(Boutique Coffee)등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Q. 기술 벤처도 아닌데 실리콘밸리 투자자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 비결이 뭔가.


A. 품질에 집착하는 내 고집 때문인 것 같다. 토요일마다 혼자 파머스마켓에 수레를 끌고나가 커피를 팔 때부터 세운 원칙이다. 품질은 더 좋아지거나 더 나빠지거나 둘 중 하나다.내 커피는 매일 더 좋아져야 한다는 생각을 직접 보여준 것이 투자자들을 움직인 것 같다. 지금까지 투자금을 받을 때마다 품질 향상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투자자들은 품질 투자가 당장의 이윤보다 장기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내 말을 믿어줬다. 소비자가 블루보틀 커피를 주문하고 맛을 보기까지 전체 과정을 직접 통제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나는 불안해진다. 지금도 여러 매장에 갈 때마다 고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다.


조선일보 WEEKLY BIZ 커피혁명 일으키는 블루보틀 창업자 제임스 프리먼 인터뷰 中, '16.11.26, 박정현 기자 



   실제로 제임스 프리먼은 품질에 관한 '자신의 철학'을 관철시키기 위해 지난 15년 6월 이후부터는 도매 사업을 중단하는 한편 합작 투자 및 라이센스 발급 요청을 하는 많은 기업들의 제안도 거절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지난 17년 9월 블루보틀 커피는 스위스 소재의 다국적 기업인 네슬레는 블루보틀 커피의 지분 68%를 약 5억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지만 제임스 프리먼 의장이 경영에 관해선 여전히 전권을 쥐고 있다 -  또한 대다수 커피 전문점이 컵크기를 여러 사이즈로 나눠 팔고 다양한 메뉴를 만들면서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을 유도하는 반면, 그는 커피 컵 사이즈도 한 가지로 통일하고 메뉴의 수도 줄이되, 커피의 가장 순수한 맛을 살리기 위해 어떤 첨가물도 넣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신선도와 최상의 맛을 유지하기 위해 창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줄곧 *2)'48시간 이내에 로스팅한 커피'만을 제공하는 것도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2) 물론 48시간 이내 로스팅한 커피가 가장 맛있는 커피의 기준은 될 수 없습니다. 이는 일종의 책임감의 발현으로 신선도와 최상의 유지 상태를 추구하겠다는 뜻으로 확대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블루보틀 커피는 그들의 홈페이지에서 로스팅 후 2주 이내에 커피를 소비하길 권하고 있고 각기 다른 제조방식에 의해 로스팅된 원두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되는 맛(peak flavor)이 있다면서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 변화되는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블루보틀 커피의 움직임을 두고 미국 경제 전문 매체 사이트인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는 '커피의 품질을 포기하거나 대규모 공장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고도 (회사가)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분석하기도 했고 실제로 블루보틀 커피는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에게도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켜 지난 08년부터 지금까지 피델리티, 모건 스탠리, 구글벤처스 등으로부터 약 1,400억 원이라는 투자를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스몰 커피 네트워크(Small Coffee Network)를 지향하는 업체에게 이처럼 막대한 투자가 몰려든 이유를 굳이 꼽으라면 역시  '커피에 대한 신념'이 통했다라고 할 수 밖에 없을듯 합니다.


   제임스 프리먼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줍니다. 앞서 말씀 드린 대로 커피 품질에 대한 신념과 작은 것도 놓치지 않겠다는 고집은 블루보틀 커피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좋은 품질의 커피를 '차별화'의 요소가 아닌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다고 믿는 '기본'으로 대하는 신념으로 갖춰졌습니다.


   결국 이것이 소비자에게 있는 그대로 보여지게 되었고 오늘날 '블루보틀 커피의 경쟁력'으로 이어진 셈이었습니다. 조금 더 좋은 커피를 조금 더 오랫동안, 조금 더 음미하며 마실 수 있도록 노력한 그의 신념이 사람들에게 발견되었고 이로써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품질에 대한 신념이 사람의 심금을 울리게 된 것입니다. 



젊은 기획자가 만난 교토 카페,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소견이지만 블루보틀 커피 보다 '커피에 대한 신념'이 더욱 확고한 일본 내 커피숍 몇 군데를 알고 있습니다. 사실 그런 곳들은 블루보틀 커피와는 약간 다른 방식으로 신념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뭐랄까, 블루보틀 커피가 과학적인 접근 방법을 통한 '제품의 품질'이라는 신념을 보여준다면 이런 곳들은 비과학적인 접근 방법을 통한 '마음의 품질'이라는 신념을 느끼게 해줍니다. 물론 좋은 품질의 커피를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이를 내세우지 않고 몸에 밴 친절로 여유로운 환경을, 투철한 직업의식으로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까닭에 블루보틀 커피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동으로 마음에 촉감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고 할까요. 그리하여 공간과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 조금 좋은 커피를 조금 오랫동안, 조금 음미하며 마실 있도록 만들어줍니다.


    시인(詩人) 윤동주가 다닌 교토(京都) 도시샤(同志社) 대학으로 가는 길, 어느 주택가 골목에 자리잡고 있는 카페 드 코라손(Cafe de Corazon) 도 바로 그런 곳 들 중 하나입니다. 혹자는 주변에 관광지도 없는 곳에 제대로 장사는 될까 반문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조건 속에서도 5년 동안 여전히 한 곳을 지키고 있는 것을 보면 이는 기우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동경(東京)의 유명한 커피숍인 *3) 카페 바흐(Cafe Bach)의 점장을 지내기도 한 가와구치 마사루(川口勝)씨가 그의 아내와 함께 운영하는 이 곳은 바흐와 똑같은 로스팅 기계를 쓰고 똑같은 추출 도구를 쓰는 등 흡사 바흐와 비슷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습니다. 심지어 카페 바흐의 타구치부부와 마찬가지로 남편은 커피를 만들고 아내는 커피와 어울리는 스위츠-커피 등의 음료와 함께 먹을 수 있는 디저트류-를 만드는 것도 똑같습니만 두 곳 모두 경험해본 저로서는 여전히 카페 바흐보다 이 곳이 더 편안한 분위기와 감동을 주는듯 합니다. 이는 아마도  그의 신념이 조금 더 촉감 있는 메시지로 제게 전달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의 마음이 실체화되어 커피로 나오는 순간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마음을 채우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 연유에서 가와구치씨(氏)는  '마음 혹은 심장'이란 뜻을 가진 스페인어(語) 'Corazon'이라는 이름을 카페에 내걸었는지도.



  결국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맛있는 커피는 물론이거니와 맛있는 커피를 통해 느끼는 감동을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알리는 '무언가에 대한 신념'이 아닐까 합니다. 이런 신념을 통해 사람들이 커피에 대해 눈을 뜨고 커피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여유를 마시는 능력을 일깨워줘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그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진짜 테크놀로지가 아닐까요.


*3) 카페 바흐는 1968년 다구치 마모루(田口 護) 씨가 그의 부인과 함께 개업한 카페입니다. 위치는 도쿄 중심가에서 제법 떨어진 다이토구 미나미센주역 인근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일본 스페셜티 커피협회장을 지니기도 한 다구치 마모루씨는 커피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60여 개의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커피에 대한 지식을 쌓고 일본에 돌아와 일본식 스페셜티 커피의 새로운 길을 모색했던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또한 그는 커피와 관련된 많은 책을 저술했으며 특히 국내에서는  <스페셜티 커피 대전> 이 유명합니다.



TIPS. 가끔 카페 창업과 관련된 강의를 진행하곤 합니다. 예비 창업자들이 대부분인 교육장에 가서 강의를 하기 전에 우선 '브랜드'에 대해 먼저 여쭤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품이나 로고, 심볼, 인테리어 등 시각적인 요소에 국한되어 답을 내곤 합니다. 조금 더 해박한 지식을 지니고 계신 분들은 매출을 극대화 시키기 위한 수단, 즉 기업 경영 효율화에 필요한 비즈니스 전략이라고 칭하면서 어깨를 으쓱하기도 합니다. 각자 자기나름대로의 정의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것은 틀렸다고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정답은 더더욱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브랜드란 마음 속 깊이에서 느껴지는 촉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령 유럽의 장인들의 섬세한 솜씨로 만든 가방에서는 왠지 모를 믿음을 가지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을 것 같고, 아니 오히려 시간이 지나 변해도 최초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믿게 되는 것이지요. 즉 자신의 감정을 가방에 주입하고 이 가방을 든 자신을 상상하며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여기게 되는지를 떠올리게 됩니다. 마치 가방이 피부 감각을 통해 전해지는 느낌, 즉 촉감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반면에 중국이나 인도 등지에서 만든 가방이라면 크게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제 아무리 좋은 품질의 원단을 사용했다고 해도 어딘가 모르게 믿음직스럽지 못하고 하나의 아이템으로만 인식하게 될 경우가 큽니다. 이 가방을 든 자신을 상상하는 일은 결코 없을지도 모릅니다. 혹 누군가가 이 가방과 같은 것을 들었다면 이제 유행을 탄다며 오히려 멀리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이내 곧 서랍이나 옷장 안에서 더 이상 쓰임의 가치를 하지 못한 채 내팽겨치게 될 것입니다. 한 마디로 자신의 감정은 결코 이 가방에 들어가지 않고 따라서 촉감 또한 느껴지지 못하게 됩니다. 


결국 만든 사람을 믿을 수 있다면, 만든 회사를 믿을 수 있고 그 제품, 서비스등도 믿을 수 있게 됩니다. 이는 그 믿음에 따라서 사람들에 촉감을 통해 자아실현의 매개체로 그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은 이를 만들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을 바꾸는데서 시작됩니다. 멋지고 화려한 시각적 요소도 좋지만 이를 구현할 수 있기 위해선 결국 그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사람과의 접점에서 말과 행동을 실천으로 옮길 때 비로소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신념이 어쩌면 사람의 감정에 촉감 있는 메시지로 다가와 다른 것은 불필요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신념. 여러분의 신념은 과연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요. 무엇이든 좋으니 그것부터 먼저 차분하게 생각을 해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신념이 사람들에게 어떤 촉감으로 다가가면 좋을지를 고민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물론 커피 한 잔과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이 즐겁게 생각키우기를 하실 수 있을듯 합니다. 그리고 '카페 드 코라존'이라면 분명 그 즐거운 생각키우기는 조금 더 윤택한 자기만족을 가져다줄 것이 틀림 없습니다. 



 

큐앤컴퍼니 대표 파트너, 김 도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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