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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와 가짜 -
타비노네 커피점

#Issue. 1 중요한 것을 급한 것보다 먼저 하자



   개인적인 취향으로 구제 군용의류를 즐겨 입습니다. 사실 국내의 유행을 감안할 때 일상 속에서 군용의류를 입으면 약간의 창피함과 더불어 꼴사나운 모습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이는 군대를 다녀온 한국 남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저렴하면서도 튼튼한 군용의류를 찾을 이유는 충분합니다군대라는 특수한 환경에 맞춰 제작한 의류여서 실용적인 디자인과 우수한 품질도 만족스럽습니다.



   한편 오늘날의 군용의류가 등장한 데에는 제 2차 세계대전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일부 대륙을 제외하고 지구상의 거의 모든 국가가 참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전쟁에서는 동원병력만 11000만 명이 넘었습니다자연스레 모든 군수자원들도 그 이상의 수량으로 제작되었습니다또한 당시 전쟁이 지역과 기후환경 등을 가리지 않고 진행되면서 모든 군수물자도 각 지역의 특수성에 맞춰 고안되었습니다.



   특히 군용의류는 최상의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해 최고의 품질을 추구해야 했습니다비록 제 2차 세계대전은 전 인류를 암흑으로 몰아넣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지만 반대로 군용의류는 가장 진일보할 수 있었던 시기를 맞았던 셈입니다.



   현재 우리가 자주 접할 수 있는 군용의류는 대부분 미국산입니다미국은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차례로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을 겪으면서 군용의류에 대한 개발과 보급을 지속적으로 시행했습니다자연히 다른 국가와 달리 품질과 기능성디자인 등 모든 면에서 앞서게 되었습니다.



   제가 즐겨 입는 군용의류도 미국산이 대부분입니다전 그중 특히 피쉬테일 파카 Fishtail Parka를 가장 좋아합니다의류의 뒷부분이 마치 물고기의 지느러미와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은 이 파카는 1965년도에 처음 출시되었다고 해서 M-1965 파카 Military-1965 Extreme Cold Weather Parka 라고 부르기도 합니다이 파카는 방수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면과 나일론이 혼합된 합성 섬유로 제작되었고 탈부착이 가능한 누빔 내피와 털이 달린 후드가 부착되어 어떤 악천후에서도 보온성을 잃지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



   겨울이 다가오면 교토의 빈티지 숍에서 구입한 이 파카를 제일 먼저 꺼내 입곤 합니다사방팔방으로 둘러보아도 싫은 구석이 하나 없습니다황동지퍼는 바람 한 점 스며들지 못할 정도로 묵직합니다지퍼에 달린 꽈배기 모양의 긴 줄과 손목 밴드 부분의 큼직한 단추는 장갑을 낀 상태에서도 쉽게 여밀 수 있도록 고안되었습니다아마도 제가 구입하기 전에 주인이었던 사람들 또한 저와 같은 연유로 이 파카를 즐겨 입었지 않았을까 생각하면 더욱 믿음직스러워집니다.



   누군가는 30년이 훨씬 넘은 옷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냐며 의구심을 표하기도 합니다그럴 때마다 내외피에 부착된 라벨을 보여주면서 제조사와 제작년도재고번호기능과 명칭 등이 일일이 설명되어 있는 이 파카야말로 브랜드의 라벨만 부착되었다는 이유로 터무니없이 비싼 파카보다 훨씬 더 믿음직스럽다고 반론합니다비록 원단은 색이 바래고 엷어져 방수와 방한 기능이 예전만 못하더라도 어쩐지 진짜 같은 분위기 때문에 이 파카를 고집한다고 부연하면서 말입니다.



경쟁이 없는 카페,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1970년에 지어진 다나카 미술학교가 철거된 뒤 그곳에 들어선 더 사이트 the site라는 건물 차고엔 2017년 2월에 개업한 타비노네커피 tabinone coffee 가 있습니다교토의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사쿄구 어느 주택가에 이 커피숍이 있는 것을 보면 가게의 이름이 왜 여행의 소리 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습니다.



   어쩌면 커피숍의 주인은 멀리 가는 것만이 여행이 아니라가까운 곳이라도 본 적 없는 가게다닌 적이 없는 길 위에 놓인 가게에서 여유로운 분위기를 만끽하는 것도 여행이 아닐까 생각한 모양입니다또는 가게를 무심코 지나는 사람들이 음악 소리에 잠깐 발걸음을 멈춰 쉬어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자신의 커피숍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연유에서 보자면 그는 현대를 살아가는 바쁜 사람들에게 약간의 여유와 감흥을 제공함으로써 그들이 안고 있는 마음의 문제를 미약하게나마 해결할 수 있도록 커피숍을 만든 것이 틀림없습니다설령 오랜 시간이 지나 가게를 이루고 있는 요소들이 낡아도 쓰임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기 위해 진짜를 만들고자 노력한 셈입니다.



   결국 진짜라는 것은 제대로 된 상품을 기본으로 이를 만드는 사람의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그리고 그 노력이 담고 있는 가치와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실천이 모여 비로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단순히 어떤 대상을 모티브로 새 것처럼 화려하게 만들더라도 개인이 담고 있는 마음이 녹아들지 않았다면 시각적 환상즉 진짜 같은 가짜에 불과합니다이는 오래 갈 수 없는 미천한 상태의 지속으로 남을 것입니다.



   길을 지나는데 음악 소리가 났습니다생전 처음 가는 길이었고 거기에서 이 가게를 만났습니다약간의 망설임도 없이 들어가 앉았습니다커피를 마시는 내내 이 가게가 진짜라는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었습니다마치 한겨울 들판에서 피쉬테일 파카를 입은 것처럼 듬직하면서도 따뜻했습니다직접 볶은 원두로 내려준 커피 한 잔과 화이트 초콜릿이 발린 자몽 타르트는 감쪽같이 위조된 진짜가 도처에 만연한 우리의 거리에서 보이는 가게와는 달리 정말 진짜 같았습니다.



   어느새 커피 잔은 비워지고 다시 다닌 적이 없는 길 위에 발걸음을 놓을 찰나그가 다가와 정성스럽게 인사를 합니다옷깃을 여미고 저도 그에게 인사를 합니다.

    



TIPS.


  만약 카페를 여실 계획이라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제품을 먼저 떠올려 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제품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고민해보세요. '왜 나는 이 제품을 좋아하고, 버리기가 쉽지 않으며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지'에 대한 이유를 글로 써보시는 겁니다.


   특별한 양식이나 거창한 말솜씨도 필요 없습니다. 그저 그 이유를 쓰고 이를 자신이 열고자 하는 카페에 견주어 다시 바라보시길  바랍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요한 것보다 급한 것을 우선시 합니다. 가게의 인테리어를 생각하고 손님의 이목을 이끌 수 있는 메뉴, 카페의 오픈 예정지등을 늘 고민하고 있지요. 하지만 중요한 것을 급한 것보다 먼저 해야 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가장 중요한 것을 먼저 생각하고 정리하는 것이 기획의 시작인 셈입니다.


큐앤컴퍼니 대표 파트너, 김 도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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