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좋은 친구. 그건 바로 좋은 커피
작년 4월부터 주간 경향에 <브랜드 인사이드>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메이저한 브랜드의 마이너한 이야기를 주제로 쓰고 있는 이 칼럼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만 좁은 식견과 빡빡한 머리로 졸계를 쓰느라 매번 한계에 부딪힙니다.
그래서 최근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민이 하나 생겼습니다. 저의 객쩍은 생각이 온통 글이 될까봐서입니다. 처음엔 마음 한켠에 작게 싹틔우더니 이내 불어터진 면발처럼 더부룩하게 자랐습니다. 하지만 이 뻑뻑한 국물이 된 마음 속에서도 저는 좀 더 좋은 글을 써야지 다짐합니다. 왜냐하면 좋은 변화도 함께 생기고 있거든요.
어렵게만 느껴졌던 글쓰기에 더없이 친숙해졌다는 것, 정밀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평소 지겹고 의무적이기만 했던 책읽기의 습관도 자연스러워졌습니다. 무엇보다 책을 읽고 단순하게 정보를 얻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그 의미를 깊이 생각하고 지금 시대나 상황에 적용하면서 글을 쓸 수 있게 된 점은 값으로 매길 수 없는 보물이 아닐까 합니다. 언젠가 저도 <커피 비미>의 모리미즈 무네오씨처럼 진실한 기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커피집을 한다는 것은 인생을 걸 만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러는 기다려도 기다려도 손님이 오지 않는 시기를 지나지 않으면 안됩니다. 정말로 괴로운 일이죠. 스스로 생각하는 커피를 내지 못하는 것, 손님이 오지 않는 것, 그런 터널같은 시기를 잘 통과하고 나서야 비로소 진실한 기쁨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커피집, 페이지 45 / 모리미즈 무네오 & 다이보 가쓰지 지음 -
그러나 혹시 또 다른 연재 의뢰가 들어온다면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제법 돈이 되더라도 당분간은 지금 하고 있는 일에만 몰두해야겠습니다. 기질적으로 가난하기 때문에 뭐든 거절하지 않고 일을 받아야 하지만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상에서의 휴식을 포기하고 싶진 않습니다.
아침에는 한바탕 비가 내릴 것 같더니, 하늘이 열리고 햇살이 비를 대신해 쏟아져 내립니다. 지금 해야 할 일은 꽃 시장에 들려 꽃을 사는 일, 사무실로 돌아와 꽃을 다듬고 청소를 한 뒤 전기포트에 물을 끓이는 일, 그리고 저번 출장길에서 사온 어느 커피집의 원두를 갈아 커피를 한 잔 마시는 일.
2021. 04. 09
언제쯤 다시 이노다 커피로 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