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오늘날 소비자가 주도하는 시장은 상상을 초월한다. 비슷비슷한 제품이 넘쳐나는 시장에서 소비자는 사양을 꼼꼼히 비교해 따지며 장점을 찾기보다는 제품을 통해 자기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을 고려해 구매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만들 수 있는 제품이라면 실제로 지불해야 하는 가격보다 더 큰 심리적 만족감을 얻는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머리에 호소하면 사람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할 수 있지만, 마음에 호소하면 사람들을 당장 움직일 수 있다”고 플라톤에게 했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지점이다.
마케팅 개념 변화에 따른 소비자 구매 방법 변화 (참조 : 필립 코틀러 마케팅 4.0) - 자료 제작 Q&COMPANY
그런데 이러한 소비자의 변화는 시대의 변화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시대가 바뀌며 소비자들이 제품을 사는 경로 역시 달라진 것이다. 필립 코틀러가 제시한 ‘5A(인지·호감·질문·행동·옹호) 이론’은 앞서 나왔던 이론들처럼 기업의 적극적인 광고·홍보 활동이 소비자 행동을 유도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기업의 관점 대신 소비자들이 서로 적극적으로 관계 속에서 묻고 답하며 제품을 스스로 이해하는 소비자 중심의 관점을 제시했다. 요컨대 최근의 소비자는 비록 기업의 광고에 수동적으로 노출되었더라도 스스로 그 메시지를 처리하면서 호감과 거부감을 표현하는 능동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마케팅 개념 변화에 따른 판매 방법 진화 (자료 제작 : Q&COMPANY)
이러한 이론이 나온 배경에 시장을 움직이는 힘이 기업에서 소비자로 이양되어온 변화가 있다. 오늘날의 소비자는 더 이상 기업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 있지 않고 소비자 자신이 직접 겪은 경험이나 가까운 주변 사람들의 입소문, 독립적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개인적인 기호를 드러낸다. 게다가 그저 필요하니까 제품을 사는 대신 자신의 삶과 가치관을 나타내는 척도이자 아이템으로 삼기 위해 소비한다. 다양한 아이템을 써서 자신의 센스를 돋보이게끔 하는, 일종의 편집권을 행사하는 셈이다.
브랜드가 소비의 기준이 된 이유
오늘날 제품은 그저 필요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을 넘어 그 제품을 소유한 삶과 가치관을 나타내는 척도가 됐다. 따라서 소비자의 관심도 얼마나 고가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제품을 효율적으로 구매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로 변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들은 상품 이면의 가치까지도 주목하게 됐다. 즉 상품의 기능⋅디자인⋅재미 등 눈에 보이지 않게 만족도를 높이는 지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브랜드가 얼마나 다양한 활동을 선보이는가가 구매의 척도가 됐다.
대기업이든, 만물상이든 너 나 할 것이 앞을 다퉈 브랜드를 만들었다. 게 중에서는 자신들이 본래부터 지니고 있던 개성을 매력으로 승화시키면서 브랜드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지만, 다수는 브랜드에 관해 잘못된 인식으로 이미지 제고에만 힘을 쓰면서 로고와 CI시스템, 제품 자체에만 충실했다.
그렇다면 브랜드란 무엇일까. 볼펜을 하나 예로 들어보자. 필기구인 볼펜은 마트나 문구점에 가도 살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몽블랑’ 볼펜이 팔리지 않는 건 아니다. 이는 단순히 ‘물 건너온 명품’이라서가 아니다. 몽블랑이라는 브랜드가 볼펜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생활을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가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좀 더 쉬운 예도 있다. 사람들이 큰돈을 들여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뭘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다. 고급 숙박업소에서 질 좋은 서비스와 음식을 맛보는 것이 단순히 과시적 소비만은 아닌 것이다. 추억할 이야깃거리를 만드는 것, 그 추억을 회상할 수 있다는 것에 사람들은 큰마음을 먹고 여행을 떠난다.
전통적인 마케팅 확장 모형 4단계 (자료 제작 : Q&COMPANY)
수많은 브랜드가 난무하는 시대에서 승리하는 법은 제대로 된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제대로 된 브랜드는 이제 더 이상 전통적인 마케팅 과정의 확장 모형을 토대로 소비자에게서 기업 가치를 업어내고, 소비자를 위한 가치를 창출하고 강력한 고객 관계를 구축하지 않는다. 그들은 새로운 4P(Product 제품, People 사람, Professional 전문성, Promise 약속) 전략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나는 새로운 4P 전략에 충실한 브랜드를 모아 10개의 브랜드 프레임을 만들었다. 당신은 이 글을 계속 읽어가면서 10개 브랜드 프레임을 대표하는 브랜드의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다. 이론적으로 말하면 당신은 이를 통해 당신의 브랜드가 원하는 페르소나를 파악하고 제대로 된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지름길을 발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