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비평
-클럽 《창작과 비평》 프롤로그 3주차 과제
오랜만에 읽는 소설은 여전히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다른 좋은 소설들도 많았는데 몇 가지만 골라서 하려니 아쉽네요.
짧은 평이지만 모두 열심히 고민해서 쓴 글, 잘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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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이기호, <싸이먼 그레이>
이기호의 <싸이먼 그레이>는 물음표로 가득하다. 아직 완결이 되지 않았다는 점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인물, 상황 등등 사실들이 명확하게 제시된 듯 보이나, 그것들은 이야기에 있어 중요한 것들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렇다.
소설 속에서 정말 중요한 것들은 확실하게 나오지 않는다. 책의 중요한 근거가 되는 싸이먼 그레이의 블로그 주소는 2006에서 2011로 바뀌어져 있거나, 김주희와 싸이먼 그레이의 만남에 대해 서로 다른 증언을 한다는 점 등.
상황만 그러한 것이 아니다. 인물들 모두 서로를, 자신을 모른다. 등장인물의 주변인들은 이들에게 많은 말을 하지만 정작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그들의 기준에서 사람들을 평가한다. 그 평가에서 싸이먼은 문학만을 해야 하는 사람이, 김주희는 일본인이 되어 있다.
"나도 잘 몰라요" 김주희의 이 말은 소설 전체를 관통한다. 모두가 모른다.
그러나 마지막에 가서는 알게 된다. 주희의 운동화가 맞지 않는다는 단순한 사실을 발견했을때, 그녀의 고민, 괴로움이 응축된 운동화를 보며 사이먼은 비로소 자신의 마음을 알게 된다. 자신이 김주희를 사랑한다고. 그것이 물음표로 가득한 소설에서 유일하게 확실히 말할 수 있던 것이었다.
+형식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지만 잘 엮어내기가 어렵다.
"에코는 《문학에 대해서》에서 인용이 작품에서 유발하는 효과들 중 하나로 상호텍스트적 아이러니에 대해 말한다. 어느 텍스트가 다른 맥락과 문맥 속에서 인용될 경우 다른 의미나 뉘앙스와 함께 아이러니한 함축의미를 가진 새로운 텍스트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김운찬, 《움베르트 에코》)" 작품의 많은 인용이 이것과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김유진: 조해진 <하나의 숨>
하나에게 숨을 불어넣어줄 것은 위로였을까 그 상황을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었을까. 언제나 끝나지 않을 문제, 개인과 사회. “나, 우리, 너, 그들” 끊임없이 구분을 하여 결국 나와 상대방이 한 공간에 있어도 함께 있다는 인식을 하지 못한다. 어느새 위로는 특별한 역할 아래에서 할 수 있는 특별한 행위가 되었다. 여러 인물상이 등장하지만 그 누구하나 탓을 할 수 없다. 결국은 모두 같은 우리이면서 서로 아슬아슬한 선을 긋고 살고 있기 때문에.
“하나는 뭐랄까” 마치 특별한 인물처럼 얘기하지만 결국 하나는 주인공이고 주인공 남자친구의 어머니이며 끝내는 작품 속 등장하는 모든 인물과 맞닿아있다. 함께 있어도 혼자인 인물들. 그런 사회에선 끝내 결혼은 이루어지지 않으리라.
-윤은희: 이승은, <공포가 우리를 지킨다.>
왜 공포가 우리를 지킨다는 걸까? 호기심이 가는 제목이었다. 그러나 생각만큼 읽기 쉬운 소설은 아니었다. 훑어봤을땐 그냥 재미있어보였다. 하지만 제대로 처음 읽었을 땐 헷갈렸고, 두번째 읽었을 땐 혼란스러웠으며, 세 번째가 되서야 줄거리가 이렇구나 정도를 알 수 있었다. 하하... ㅠ
그리고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제목이 우리가 누군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포는 우리가 누구냐에 따라서 달라지니까 말이다.
또, 제시, 민석, 자동차 키, 검은 전화기는 오해와 거짓말들의 산물같았다. 그리고 이와 관련되서 거짓말이나 행동하는 데에 공포를 느끼지 않는 인물들이 문제없이 잘 사는 것 같다고 느꼈다.
공포가 우리를 지키는 것은 생물학적으로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 공포가 극대화되면, 정신적 혹은 신체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책에선 이러한 부분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사회 속의 끝없는 거짓말들로 인한 피해와 이로 야기한 불신의 결과물은 무엇인지 보여주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