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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와 달 Nov 13. 2018

가을을 맞이하는 것은 늘 새로운 아픔

너덜너덜. 


갈 곳도, 가고 싶은 곳도 없는 망향의 상태는 어둡고 추운 길. 

가고 싶은 곳이 없지는 않을 텐데, 

스스로도 속이는 망각의 신세는 끝나지 않는 여름에도 낙엽 같아. 

가을이 없는 남쪽 섬나라에 와서도, 

마음은 가을을 잊지 못했네. 

바다 소리에 위안 받으면서도 바스락거리는 낙엽이 되어 말라가고 있다. 


재영이는 며칠 전 자신이 말린 단풍잎 하나를 보여줬었지. 

짙은 붉은색의 그것은 모양이 참 고왔다. 

책장을 넘기다가 귀퉁이가 찢긴 그것의 변형에 그녀는 슬퍼했지. 


나는 그 단풍일까, 아니면 실수로 그것을 다치게 한 손길일까. 

미숙함은 잘못이 아니라고 손은 손을 덮지만, 

상처가 낫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이내 가을은 찾아왔네. 


나란히 길을 걷는 사람들을 볼 때 걷잡을 수 없는 눈물이 나기도 한다. 

공존의 길이 이리도 덜컹이다니, 

우리는 서로에게 바람이 되기도, 단풍이 되기도. 


물방울이 헤쳐지는 소리가 듣고 싶다. 

바다에 온몸을 들여 감각을 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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