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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희 Nov 01. 2022

먹먹한 하늘

남편과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아직 가로등이 꺼지기 전 이른 아침

조금은 이른 출근을 한 남편과, 12월 입대를 앞두고 이른 시간이건 늦은 시간이건 가리지 않고 묵묵히 자전거를 타고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는 아들의 뒷모습은 애틋하다.


꼭 무슨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시나브로 당연하다고 생각되었던 사람들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한 번쯤은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세상과 마지막 순간일 때 가장 눈에 담고 싶고, 한번 더 만져보지 못해 안타까울 사람이 누구일까. 그 사람들 중 두 사람이 아직 어슴푸레한 하늘을 이고 출근을 했다.


잘 나갔다가 잘 들어오기를.

가장 간절하고도 가장 큰 소망이 그것인데...

어처구니없게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로 그것이 멈추어버린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 것인가.

채 꺼지지 않은 가로등 불빛이 어슴푸레한 하늘마저도 오늘은 먹먹하다.


이 예쁜 풍경을 좀 더 오래 함께 보자.


하고싶은 것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당연하고 소중한 이들과 함께하고 싶은 것들이 점점 더 많아진다.

때가 되면, 특별한 장소와 특별한 음식과 이벤트가 아닌 소소한 것들을 좀더 하지 못한 아쉬움이 클 거다.

곁에 있는 것이 당연한 사람들을 자꾸만 눈으로도 만져보고, 손으로도 만져보는 것이 일상이 된다.


비 오는 날에도 구름 위에는 저렇게 햇빛이 찬란하다는데...


아깝고 안타까운 이들아!

그 곳에서 찬란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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