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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랑 Nov 29. 2022

11월을 보내며


‘오직, 하나의 정확한 해석은 없다.’란 말을 삶의 모토로 여기며 산다. 그렇다 보니 인간관계라는 게 크게 이해 못할 것도 없다는 것이 삶을 대하는 내 태도이다. 제각각의 이유와 사정이 있었을 거라는 데 생각이 미치면 누구에게든 연민이 간다. 인간을 이해하는 나만의 방식이다. 


이러한 생각의 근원에 자연이 함께 했다. 어릴 적 뛰놀던 뒷동산과 들녘, 동네 골목골목에 사람이 있었고 그들과 따뜻한 관계가 있었으며 웃어른과 아랫사람, 이웃이 있었고, 어른과 아이가 공존했던 터전이 있었다. 캄캄한 밤하늘의 냄새를 알았고, 쏟아지는 별빛과 반딧불이에 꿈을 수놓기도 했다. 사계절을 오롯이 느끼며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은 결코 마음 가난에 우왕좌왕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와중에 가끔은 결핍을 느꼈으나 충만하고 행복한 존재감을 의심하지는 않았다.


자연스럽게 책 읽는 삶으로 이어졌고, 읽으니까 쓰고 싶었고 읽고 쓰는 일이 번잡스럽지 않았다. 하여 자연스럽게 책은 내 삶의 생존 도구가 되었다. 아이들에게 오래 책을 읽혀왔다. 그들로부터 나는 성장할 수 있었다. 즉, 가르치면서 배웠다. 어린이들은 내게 균형 잡힌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늘 일깨워주는 등에 같은 존재였고 충분히 내 스승이었다. 일하면서 자아와 정체성을 확립하는 계기가 되었고, 읽고 쓰는 삶에 내 가치를 두게 되었음은 물론이면서 그 기저에 사람이 있음을 간과하지 않았다.


아이를 키우면서 자주 하는 말이 있었다. 인사 잘하는 일이 참 근사한 일이라고. 까닭이 있다. 인사를 잘한다는 것은 사람을 대할 줄 아는 법을 익히는 일과 다름없다. 윗사람의 위치를 알고 아랫사람을 공경할 줄 아는 일은 곧 인간에 대한 예의를 아는 일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인사를 닦는 일에 게을리하지 않으며 살려고 한다. 그것은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물질적이거나 아부이거나 비굴한 처사는 배제한다. 마음이 가면 인사는 저절로 따른다. 지나고 보니 인사를 잘한다는 것은 곁에 사람이 머물게 하는 일이었음을 안다. 


배우는 일에 상당한 가치를 두고 산다. 배우는 일은 뭔가를 알게 되고 안다는 것은 이해를 동반하면서 나아가 사람과 삶을 사랑할 수 있게 한다. 사는 날까지 애써 충만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말을 좋아한다. 언젠가 있을 듯한 한방이 아니라 지금의 소소한 행복 문을 두드리는 일에 의미를 부여한다. 


돈의 가치가 몹시 중요함을 안다. 그런데도 돈에 대한 결핍은 없다. 정신에 대한 결핍을 들여다보는 일에 더 가치를 둔다. 결국 삶이라는 커다란 테두리 안에서 인간은 쳇바퀴 돌 듯 무한한 반복을 지속한다. 어찌 보면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인생을 배움 없이, 사람 없이, 사랑 없이 어찌 견딜까.


내 가치와 삶의 철학은 곧 살아내는 일이다. 기왕이면 향기롭게, 배우고 익히고 나누며, 사람과 더불어 가는 일에 이후의 나를 세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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