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은 끝내 오지 않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수국 키운 지 칠 년
작년부터 꽃 없이 이파리만 짙푸르다
뿌리와 줄기가 보내는 기척 눈여겨보지 않은
무심함에 대한 항거인가
차갑게 닫아버린 이파리의 완강한 암묵 앞에서
눈 떼지 못하고, 상한 마음 풀릴 때까지 쓸리는 수국 지켜본다
꽃을 꺼내지 않는 이유
꽃이 보내는 손짓
꽃의 고집
꽃의 우울
지르고 싶은 꽃의 비명과 불안
내버려 두기에 수국과 보낸 시간 길다
수국도 겨울잠이 필요해요
농원 주인의 말에 아하, 지금껏 과보호 기다림에 눈 시렸구나
시린 발목의 시간 필요한 수국 놓기로 한다
기다림은
수국의 보라색 환한 상부上部로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