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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랑 Sep 28. 2023

대숲에 이는 바람

비질해 놓은 마당 위에

풋감이 툭, 떨어집니다

먹구름이 몰리면서 이내

빗줄기가 굵어집니다


날씨가 어찌 내 맘 가트다냐


어머니는 송편 속에 풋콩을 한 수저

푹, 떠 넣으십니다


점드락

틀어 놓은 라디오에서는

멀고 긴

고향길 소식에 온 나라가 술렁거립니다


어머니의 손끝이 바빠집니다

꾹꾹 눌러 빚은 송편

기다림으로 배가 불룩 나왔습니다


또 풋감 하나 툭, 떨어집니다. 

음력 팔월 열나흘 초저녁달이 언뜻언뜻

구름 사이로 비껴가는 대숲에서는 

바람만 모지락스럽게 불어댑니다


품 안의 자식이라지만

나는 아직 한 번도 그런 생각 안 해봤다


어머니의 송편이 댓가지 위에서 익어갑니다


** 서울 사는 큰아들을 기다리며 종일 부엌으로 마당으로 종종거렸던 시어머님이 그립습니다. 그때는 몰랐으나 제가 자식을 기다리는 상황이 되니 세상 어머님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게 됩니다. 브런치 작가님들! 훈훈하고 정감있는 추석 명절 보내세요~~^^


** 이 시는 제 출간 도서 '지금이야, 무엇이든 괜찮아 글. 그림 김정희 공출판사'에서 인용하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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