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날의 시선 4
‘살바도르 달리’ 전을 보고 온 날
문득, 시계의 안부가 궁금하여 자세히 보니 벽에 죽은 시간이 걸려 있다. 가지 못했던 시간이 부우우 먼지를 일으키며 말을 걸어온다.
먼지 자국 선명하도록 죽었던 시계의 시간, 늘어지고 부식된 시간, 생성과 부패가 머물던 자리에 낯선 모습의 얼굴을 내미는 시간, 햇살과 바람에 말라가는 호박고지의 육질, 관절의 시큰한 어머니, 먼 친척의 긴가민가한 얼굴이다. 시간은.
오래전에 죽은 시계가 사실은 지금을 가리키고 있다는 현실 앞에서 전율한다.
목덜미 파랗던 조카가 성장(盛裝) 하고 나타나듯 시간은 체념과 타협, 이해의 켜를 쌓고 물결처럼 온순하다.
시간은 불에 타도 죽지 않고 다시 산다는 쇠뜨기의 싹이다.
아무도 재촉하지 않는, 시간이 받을 독촉장이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