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날의 시선 6
수숫대가 바람을 휜다
수고한 값의 무게
먼지를 뒤집어쓴 담장 밑 맨드라미가
고개를 꺾고 씨를 흘린다
공중이 저토록 붉었나,
코스모스 헤프게 자지러지고
칸나가 붉은 낯을 숙인다
가을이 새고 있다
골목 슈퍼 옆 화단의 메리골드 노란 전구를 켠다
세상 속 떠돌던 것들의 어깨 위로
헐렁하게 오는 저녁
손님처럼 왔다가 배웅할 겨를없이 총총,
뒷모습 보이는 가을
비워지는 것들의 무게를 가늠한다
서쪽 하늘 기러기 떼, 어두운 줄 하나 긋는다
눈매 깊어지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