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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랑 Oct 29. 2023

가을이 새고 있다

보통날의 시선 6

수숫대가 바람을 휜다

수고한 값의 무게


먼지를 뒤집어쓴 담장 밑 맨드라미가 

고개를 꺾고 씨를 흘린다


공중이 저토록 붉었나, 

코스모스 헤프게 자지러지고

칸나가 붉은 낯을 숙인다

가을이 새고 있다


골목 슈퍼 옆 화단의 메리골드 노란 전구를 켠다

세상 속 떠돌던 것들의 어깨 위로 

헐렁하게 오는 저녁


손님처럼 왔다가 배웅할 겨를없이 총총,

뒷모습 보이는 가을

비워지는 것들의 무게를 가늠한다


서쪽 하늘 기러기 떼, 어두운 줄 하나 긋는다

눈매 깊어지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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