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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침묵의 계절이 흐르는 동안

보통날의 시선 30

by 호랑
보통날의시선 30 플라타너스 그림.jpg


플라타너스 우듬지에 모인 햇살이

바람에 떤다


플라타너스에 바람은

살아낸 날들의 일침,


흔들리지도

휘둘리지도 않은

기꺼이 닿고자 몸부림친 최선이었을 것


어쩌면 최선이란 저토록

가볍고 눈부신 나부낌


긴 침묵의 계절이 흐르는 동안

플라타너스는

바람의 칩거가 새겨진

얼룩의 무늬 옷 한 벌 더 입는다


빈 가지 훑고 지나가는 바람 앞에

누군가의 한 생이 놓인다


나무,

목숨 하나가 꿋꿋이 선 채로

겨울을 가로지른다


최선의 무게란

가볍게, 한없이 가볍게

빈 가지로 서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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