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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랑 Mar 14. 2021

동백, 떨어지니 예쁘다


 남녘의 꽃 소식에 몸과 마음이 기운다. 


 내가 사는 이곳의 꽃 소식을 제대로 알리려면 호수공원을 둘러싼 벚꽃이 만발할 때쯤이다. 기웃기웃, 얼핏얼핏, 꽃망울을 터뜨린 조금 이른 매화, 던져진 듯 툭, 피어난 검불 속의 민들레를 일별하며 봉오리가 제법 부푼 벚나무만 슬쩍슬쩍 올려다본다. 


 지지난 주, 월명산에 동백 보러 갔다가 동백은 보지 못하고 금강을 스쳐오는 갯내음 섞인 바람만 훅 맡고 내려오며 미당 서정주 시인의 ‘선운사 동구’를 떠올렸다. 


                  선운사 동구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했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습디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디다.


                      - 미당 서정주 전집 1/265 쪽(은행나무)


   동백, 그 빨간 봉오리가 있어 봄은 더 봄답다.

   피면서 지는 꽃 동백,

   뚝뚝 떨어진 동백으로 지상(地上)이 붉다.

   떨어지며 피는 꽃.

   동백, 떨어지니 예쁘다.   


 여수 오동도의 동백꽃 군락지를 보고 온 어느 해, 떨어져 쌓인 꽃에 눈이 시렸다. 


 이곳 월명산 호젓한 산길에서 맞닥뜨렸던 동백나무 한 그루. 무슨 꽃이 그렇게나 많이 달렸는지 몰라서, 곡절 많은 나무 같기만 해서, 오래 서성였지. 


 동네 아파트 화단에도 동백은 있어, 발길을 잡는다. 

 “하이고, 뭔 꽃이 이렇게 이쁜 것여”

 지나가는 어르신이 한마디 한다.

 “이쁘죠. 동백이란 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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