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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랑 Sep 04. 2020

초록 눈물

2020. 9. 3. 목. 


 긴 장마를 지나는 동안 호박 넝쿨은 거의 물에 잠겨 있다시피 했다. 올해는 호박도 제대로 먹을 수 없겠구나 싶어 마음 비웠는데, 비 그치고 밭에 가보니 호박 넝쿨이 쭉쭉 언덕을 기어오르고 있다.

 저, 생명력이라니.


 혹시, 호박이 달렸나 싶어 줄기를 걷어보니, 단단하게 여문 호박 한 개가 앉아 있다.

 길고 습했던 우기와 쏟아지는 햇살을 견뎌낸 호박이 기특하다.

 약한 것은 사람이구나.

 엄살 부리지 않는 자연을 실감한다.


 호박나물을 하기 위해 도마에 올려놓으니 초록 눈물 같다.

 이 귀한 것이 몸 안으로 들어간다는 생각을 하니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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