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 9. 수.
가지가 생기면 즐겁다.
아버지는 밭에 가지를 심지 않았다. 옆집의 가지가 부러워 토마토랑 바꿔 먹기도 했다. 아이들끼리.
가지를 좋아하게 된 것은 그 색깔 때문이다.
보라색이라니.
생가지를 몇 개는 먹어야 포만감이 느껴진다. 입안이 텁텁해질 때까지 먹다 보면 입 병 생긴다고 말렸던 엄마.
가지는 지금부터가 더 맛있다. 한여름 지나 슬슬 찬 바람 불 때 가지에서 단맛이 난다.
생가지를 기름 없이 구워 먹기도 하고, 올리브기름에 볶기도 하고, 쪄서 양념에 무치기도 하고, 그러다보면 가지는 키를 늘이지 않는다.
성장이 더디다.
늦가을까지 남아 있는 가지를 말려 두었다가 마른 가지 볶음을 해먹으면 가지는 제 역할을 모두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