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안 되는 요즘 애들 이야기
기어코 퇴사를 했다.
그리고 예상처럼 길을 잃었다. 다만 일시적일지라도 사람다운 삶을 살게 됐다.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운동하고, 밥을 직접 만들어 먹고, 도서관을 갈 에너지가 나한테도 있다는 걸 알았다.
물론 이 모든 건 두려움이나 불안과 동행하면서 이루어지는 일이다. 무섭기는 하지만 적어도 공허하지는 않다. 그리고 나를 챙겨 먹이고 잘 살게 하는 행위 자체가 미래를 향한 두려움을 덜어주기도 한다.
어디서 주워듣기로는, 어떤 사람은 아침에 일어나서 어떤 일을 하기 전까지 3번 이상 ‘아, 싫다’라는 생각이 들면 뭐가 됐든 그 일을 그만둔다고 한다. 같은 사람이 1년 뒤 오늘 죽게 된다면 남은 1년 동안 뭘 하고 싶은지도 생각해 보라고 했다.
20초 정도 생각해 봤는데, 난 그냥 글을 많이 쓰면서 사람들이나 많이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이 상황까지 와 버린 거다. 딱히 대단한 포부도 꿈도 없는 상황에서 다른 건 몰라도 이게 아닌 건 알겠다는 확신이 든 난 퇴사를 해 버렸다.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건 ‘네 꿈을 좇아!’ 따위의 영혼 없는 조언을 듣는다고 하루아침에 뚝딱 이루어지는 게 절대 아니다. 그렇다고 눈 딱 감고 먹고살 길이나 얼른 찾기에는 우리는 보고 들은 게 너무 많다. 그래서 이제는 나처럼 뭐 아무것도 모르겠고 혼란스럽기만 한 요새 애들이 잔뜩 생긴 게 아닐까.
혼란과 불안의 정도로는 상위에 속한다는 확신을 지니고 있는 요즘 애 1로서, 우리는 오늘도 뭐가 뭔지 도무지 모르겠고 혼란스럽고 우울하며 가끔 열도 받는 삶이란 놈을 살아 내야 하는 거다. 정말이지 쉽지 않다.
솔직히 말하면 꿈을 이룬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게 그렇게까지 의미가 있을까 하는 염세적인 생각을 가끔 한다. 내게 꿈이 있었던 시기를 떠올려 보면 고통스럽기 그지없었다. 꿈이 그때의 날 기어코 살게 했지만 그렇게 살아지는 삶은 한 톨만큼도 행복하지 않았다.
높고 빛나는 꿈을 꾸라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손에 안 잡히는 꿈은 내 속에 피를 잔뜩 냈다. 그렇게 꽤나 오랜 시간을 기꺼이 고통받으며 보낸 뒤 문득 어느 날, 이제 됐으니 그만 하자는 생각이 들었을 때 들었던 감정은 단 한 가지, 안도뿐이었다.
그런 이유로 나는 이제 단순한 삶을 잘 짓고 싶다. 거창한 꿈을 믿지 않는 사람이라도 하고 싶은 일, 마음이 가는 일, 기분이 좋아지는 일 같은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는 충분히 잘 안다. 마치 바람 한 가닥이 얼굴을 스친 것처럼 간지러운 기분이 드는 그것들을 잘 닦고 꾸준히 모아서 그것들로 단순하고 평화로운 삶을 쌓아 올리고 싶다.
단순하거나 쉬운 일을 하고 싶다는 말이랑은 조금 다르다. 사랑을 하고 세상을 경험하면서도 내일이면 또 내 일로 돌아가겠다는 결정을 단정한 마음으로 내릴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물론 그러다 또 모조리 지겨워지면 냅다 전부 관둬버릴 때도 올 거다. 그러면 또 난 대체 왜 이러고 살지 하는 의문으로 머리를 쥐어뜯어 가면서 어떻게든 또 삶으로 돌아오는 길을 찾겠지. 그렇게 다음 단계의 삶은 또 다르게 걷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글을 써내려 가면서, 여기저기 타투가 있는 와인 잘알 멋쟁이 할머니가 되는 그날까지 그 과정을 몇 번이고 반복할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