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나에게 물었다. “당신 공돈 2백만 원 생기면 뭐 할 거야?” 주저 없이 이야기했다. “50만 원은 당신 주고, 50만 원은 사고 싶은 책 사고, 100만 원은 걷지 못한 올레길 반절 걸을 거야”
아내가 그런다. “남자가 그렇게 통이 작아서....... 산티아고 갔다 와” 난 잠시 말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농담하지 마. 지금 우리 상황이 그럴 상황은 아닌데” 그러나 아내는 계속해서 나를 산티아고로 몰아갔다.
2006년 어느 날로 기억된다. 신문에 산티아고 순례길이 나온 기사를 읽었었다. 그 마지막 부분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이 길을 걸으며 갈라서려고 했던 부부는 하나가 되었다. 서로를 철전지 원수로 여기던 부모와 자식이 서로를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어떤 이들은 신을 만났다’
당시 나는 산티아고 길이 어떤 것인지도 몰랐었다. 글에 실린 마지막 부분과 바다를 끼고 있는 길이 멋져 보였다. 그때 아마도 아내에게 그랬던 것 같다. 내가 나중에 시간이 되면 꼭 이 길을 걸어보고 싶다고. 당시 우리는 어린 3남매를 키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13년 전 짧았던 기억은 사라졌었다.
시간이 흘러 ‘같이 걸을까’와 ‘스페인 하숙’을 보면서 아~~ 예전에 내가 봤던 산티아고 길이 저런 것이었네 하면서 재미있게 봤던 것 같다. 그러나 재미는 재미고 현실은 현실이었다. 13년 전 아이들은 고3, 중3, 중2로 성장했다. 이 말은 그만큼 우리 부부에게는 여유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역을 쉬고 있는 나에게 아내는 느닷없이 산티아고 길을 제안 –아니- 가라고 밀어붙였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부랴부랴 인터넷을 뒤졌다. 산티아고 순례길 루트가 매우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13년 전 기억을 더듬어 바다를 끼고 걷는 길을 찾았다. 북쪽 길이었다. 하지만 북쪽 길에 대한 정보는 다른 길들에 비해 부족했다. 다행히 박성경 씨가 쓴 ‘산티아고, 이제는 북쪽 길로 가자’라는 따끈따끈한 책이 있어 주저 없이 구입했다. 10일이란 짧은 시간 동안 비행기 티켓팅, 파리 민박 예약, 철도 예약까지 끝냈다.
5월 21일 집을 나섰고 7월 4일 귀국했다. 총 44박 45일의 여행이었다. 이중 37일을 프랑스 바욘에서 시작해서 산티아고와 묵시아를 거쳐 피스테라에 이르는 1,038km를 두 발로 걸었다. 이 글은 갑자기 떠나게 된 산티아고 순례길의 기록이며 일기다. 순례길에 대한 자세한 안내는 하지 못함을 미리 밝힌다.
산티아고를 걸을 때 그리고 걷고 난 후 많은 사람들이 물었다. 왜 북쪽 길이냐고?
첫째, 내가 처음 신문에서 봤던 길이기 때문이다. 작년에 올레 길을 걸은 기억도 한몫했다. 바다를 보고 걸으면 지루하지 않을 것 같았다.
둘째, 사람을 만나기 힘들었다. 어느 블로그에 보니 북쪽 길은 산티아고를 걷는 이들 중 5%만이 걷는 길이라고 한다.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없는 길이기에 나는 이 세상을 지으신 하나님의 솜씨를 보고,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다.
지금도 37일의 시간은 꿈만 같은 시간이었다. 눈을 감고 그 날을 회상하면 그날그날 걸었던 길과 풍경 그리고 내 주님의 음성이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