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으로 가득 차 있을 때

by hari

기쁨으로 가득 차 있을 때


영감이라는 건 한 개인이 무언가를 행하지 않고 있어도, (만약 신이 있다면) 그 신이 눈 앞에서 모든 상황들을 알아서 살펴주고 창조해주는 걸 물끄러미 보고 있으면서 기뻐하는 개념인 것 같다. 쥐어 짜지 않아도 되고, 마치 하늘의 꼭두각시처럼 내가 행하고 있지만 내가 행하고 있지 않는 자동적인 그런 상태.

그런 상태 속에서는 모든 일들이 초고속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 나의 존재 그 자체로 기뻐하고, 온 우주가 내 존재를 함께 기뻐해주는 느낌.


그런 영감의 상태에 집중하다보면 작업을 계속 할 수밖에 없다.


어떠한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 그 아이디어가 지속적으로 나와서 내 작업 노트가 빼곡하게 차 있는 그 상태가 너무 좋다.

사실 그건 누군가의 무엇과 견줄 수 없는 재산이고,

사실 현실적인 이 사회에서는 이해되지 않는 행동이지만,

나는 현재까지 그 비현실적인 비가시적인 그러한 상황과 행동들과 느낌들을 정말로 사랑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몽상가같이 비현실적인? 혹은 현명하지 못한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상상하는 것들을 내 현실로 바로잡고 만드는 걸 즐기는 것 같다.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요즘의 나는 내 삶이 좋다.


어떠한 이유가 있어서도 아니고, 실은 바꾸고 변화하고 싶은 것들도 너무 많고 내 안의 욕망도 너무 많지만,

운동할 때 체력이 길러지기 바로 직전에 가장 힘든 단계에 와 있는 것 처럼 그런 인내들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 단계가 은은하게 재밌기도 하다.


작업을 하려고 준비하는 과정 혹은 에스키스 혹은 멍하니 그 과정을 느끼는 것. 나는 그것조차 작업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느끼는 것, 결과를 이루어내기 전에 그 상황과 그 순간에 온전히 존재하면서 스스로 그것들을 한올한올 느끼는 건 정말로 중요하다.


잘 하려고 무언가를 노력하는 게 아니라,

느끼고, 뼈 깊게 내 걸로 만들면 결과는 알아서 잘 나온다.

대신 자신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의지, 그것이 제일 중요하다. 타인의 의도가 아니라 본인이 너무 하고 싶어서 미칠 지경이 되어야지 핑계를 대지 않는다.


무언가를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어쩌면 정말로 핑계다. 인간은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본인의 욕망과 야망이 크다면 어떠한 방식을 일구어내더라도 그걸 꼭 실현하게 되어있다.


일상의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다가도, 영감이라는 무언가가 내 앞을 스쳐지나가면 나라는 인간은 그것이 본디 나의 본 모습이구나 느끼곤 한다.

어떠한 틀이 있거나 안정적인 생활 방식에서만 생활하는 게 아니라,

모험이더라도 스스로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더 넓게 갈 수 있는 방식. 내가 지향하는 건 항상 그런 것들이지만 세상에 바쁘다보면 가끔 잊는 것들.

하지만 잊자마다 나에게 항상 상기시키듯 변화라는 얼굴로 불쑥 찾아오는 그것들은 너무 힘들면서도 너무 사랑스러운 삶이라는 이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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